추적

엘니뇨 미스터리

인도네시아에 이상건기를 가져온 엘니뇨는 지구상의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무시무시한 악동이다. 그는 지구 곳곳에 폭우와 폭서, 가뭄과 홍수 등 걷 잡을 수 없는 재앙을 몰고 다닌다. 특히 3월부터 시작된 이번 엘니뇨는 아시아 지역에 기상이변과 곡물생산 감소라는 대규모 재앙을 안기고 있다 . 파푸아뉴기니아는 흉작과 식수고갈로 이미 80여명이 사망했고 1백만명 이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 필리핀 북서부지역도 수개월째 계속된 가뭄 으로 경작지가 타들어가 이지역 옥수수 생산량 4백22만톤 가운데 30만톤 가량이 줄 것으로 전망된다. 뉴질랜드도 가뭄에 따른 피해가 1억3천만 달 러에 이른다. 중국 북부지역 2천만 ha가 가뭄피해를 입고 있고 남부지역 은 대규모 홍수가 잇따르고 있다.

엘니뇨는 페루나 에콰도르 연안에서 크리스마스 무렵부터 봄철에 걸쳐 해 류의 변화로 난기류가 유입돼 수온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적도 부근 태평 양의 수온분포는 원래 서쪽에 위치한 뉴기니 인도네시아 근해는 고온이고 동쪽의 페루나 에콰도르 연안은 저온이다. 하지만 서태평양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대규모 저기압이 발생해 동쪽으로 움직이면서 무역풍을 중부 태평양에 묶어놓는다. 정상적인 경우 무역풍은 동쪽에서 태평양을 가로질 러 비구름을 서쪽으로 몰아가고 이 영향으로 난류도 서쪽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이 경우 서쪽으로 이동해야 할 난류가 동태평양에 머물러 있게 되 고 그 결과 해수면 온도가 1∼5도까지 높아지는 엘니뇨가 발생하는 것이 다. 수온 상승의 영향은 엄청나다. 바닷물 온도가 1도 상승하면 같은 부 피의 공기를 1천도나 높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

지난 76년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엘니뇨는 통상 3∼5년 주기로 나타 나는 데 기상학자들의 연구에도 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우 주이동설, 해류의 변화 등 몇몇 가설이 있을 뿐이다. 현재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지구 온난화가 엘니뇨를 강화시켰다는 분석으로 세계의 기상학자들은 이를 증명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51년 이후 10여 차례 발생한 엘니뇨는 항상 엄청난 피해를 몰고 왔다. 대 표적으로 지난 82∼83년에 발생한 엘니뇨는 전세계적으로 1천5백명의 사 망자를 내고 80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안겨줬다. 당시 동남아 지역 은 대규모 가뭄이 찾아왔고 이 영향으로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이 불탔다 . 엘니뇨가 발생할 때 우리나라에도 여름철 저온과 겨울 고온이나 이상 가뭄 등의 기상이변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