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진단

외국의 신분기록제도, 개인중심 사건별로 작성

우리나라에서는 호적제도와 주민등록제로 신분의 변화를 기록한다. 다른 국가들도 자기 국민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신분기록제도를 두고 있다. 일본의 구 호적은 우리나라와 같지만, 전쟁 뒤 민법을 개정해 호주제도를 폐지하고 부부와 미혼자녀를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호적을 만들었다. 혼 인한 부부는 서로 합의해 하나의 성씨를 정하도록 하고, 이 성씨를 호적 의 편제기준으로 하여 자녀를 호적에 편입하는 방식이다. 또 자녀가 혼인 하면 반드시 신호적을 만들도록 규정했다(3대 호적 금지).

미국과 영국은 철저한 사건별 등록제도를 채용하고 있다. 출생·혼인·사 망 등 각각의 사건이 발생한 장소의 해당 관할 관청에 신고하면 그만이다 . 법원에서 이혼을 하고 그 기록은 법원에 보관하는 식이다. 또한 이러한 증명서간에 연결은 없다. 한 용지를 훑어보기만 하면 그 사람의 출생·혼 인·사망을 파악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또한 개인별 로 사건에 따라 작성하기 때문에 친족관계도 분명히 나타나지 않는다.

다른 유럽의 국가들도 출생·혼인·사망 등 각 사건별로 신분기록제도를 만든다. 다만 개인의 신분변동을 일람하여 파악할 수 없다는 결점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수정·보완해 운영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사건별 등록제 뿐만 아니라, 나치정권 시대에 민족공동체라는 관점에서 마련된 가족부 제도가 현재에도 남아 있다. 혼인하면 새로 가족부를 설정하고 그 부부에 대한 신분변동이 사망까지 순서대로 기입되는 것이다. 또 부부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의 출생부터 혼인까지의 신분변동도 부부의 가족부에 기입된 다.

프랑스에서도 출생·혼인·사망에 대해 각각의 증서가 작성되지만 이 가 운데 출생증서에는 입양·혼인·사망 등 그 뒤의 신분변동이 부기된다. 따라서 출생증서를 보면 그 사람의 신분변동을 알 수 있다.

유럽이나 영미의 신분기록제도는 대체로 각 개인별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서 동양과는 성격이 다르다. 신분기록이 혈통·가족형태·가족에 대한 이 념이나 가치를 반영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양의 신분기록은 교회신자를 파악하거나 헌금을 추산하기 위한 것, 국교를 위 해 타종파를 탄압하는 수단, 종교탄압을 이용한 중앙집권 확립 등을 배경 으로 발생한 것이다. 관심사가 달랐기 때문에 애초부터 가족생활에서 성 차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적었다고 할 수 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9일 제 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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