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특집

국민회의, 속타지만 안타는 척

(사진/최근 김대중 후보가 정보화·벤처산업 육성 등 젊은층 지향의 공약을 잇따라 발표하는 것도 `이인제 견제'의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거 장난이 아니네.”

그동안 ‘지지율 1위’에 흡족해하며 표정관리에만 신경쓰던 국민회의쪽 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 김대중 후보와 이인제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더이상 벌어지지 않은 채 오히려 줄어드는 듯한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야근자 왜 늘어났을까

한가위 직후까지도 최소한 5%포인트 이상 10%포인트 수준까지 벌어졌던 격차가 최근 들어 2%포인트에서 4%포인트 선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 지난주 국민회의가 자체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는, 무응답자들에 대한 판별분석을 포함한 것이긴 하지만 32%대 28%대 14%로 김대중 후보와 이인 제 후보의 격차가 4%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조사에서도 무응답층에 대해 판별분석까지 해보면 이인제 후보와의 격차가 1%포인트 미만 수준이었다”며 “최근 판별분석 결과 4%포인트 차이로 나타난 것은 오히려 격차가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인제 후보가 상승세인 것 이 아니라 미세하나마 ‘하락세’라는 주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대중 총재가 최근 사석에서 한 당직자에게 했다는 말도 당내에 회자되고 있다. “YS와 JP가 내 그물에 걸려들었다. 이제는 빠져나가기 힘들 것이다”라 며 승리를 낙관했다는 얘기다. MBC가 대선후보 TV토론 직후인 지난 27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는 31.9%대 23.3%로 8% 정도 차이를 유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흐름과는 달리 국민회의 선거관계자들에게 비상령이 내린 것 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대선기획본부에 지난 주말부터 보고서 작성을 위 해 밤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주요 테마는 물론 ‘이인제 대책’이다.

임채정 정세분석실장은 “여권의 지리멸렬에 따라 이인제 후보가 좀 뜨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여권의 동향을 예 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회의쪽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여권의 힘이 이인제 후보쪽으로 쏠리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 실장은 물론 이종 찬 대선기획본부장이나 장성원 기획조정실장 등 선거전략의 ‘야전사령관 ’들은 여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할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조정할 힘이 없고, 민정계와 민주계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데 다 현실적으로 큰 판을 새로 짜는 데 필요한 ‘돈’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선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우려섞인 반응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 다. 이들은 또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음에 따라 나타나는 신 한국당 내의 내분 양상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지 않지만, 만의 하나 이회창 후보가 무너질 경우의 변수를 우려하고 있다. 여권이 어떻게 재편되고 선거구도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인제 후보의 덩치가 더 커질 것이다.

신한국당의 민주계가 집단 탈당하든지, 이회창 후보가 과거의 이민우 신 민당 총재처럼 외톨이로 남게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인제 후보에게는 몇 사람의 현역의원도 ‘날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후보가 민주계나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의 그럴듯한 인사들을 주변에 포진시킬 경우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그동안 김 총재가 압도적 1위를 고수했던 20∼30대 연령층에서 이인제 후보쪽으로의 이탈 현상이 엿보이고 지역적으로는 영남권 지지율이 두자리수에서 한자리로 하락한 것을 심상찮게 보고 있다. 특히 후보단일화를 계기로 옛 여권 인물 영입 등 김 총재의 보수화 행보가 가속화될수록 젊은층의 이탈이 적지 않을 것 이라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통추 인사들, DJ가 직접 만나

최근 국민회의가 △정보화 △벤처산업 육성 등 젊은층 지향의 공약을 잇 따라 발표하고 제정구 의원과 유인태 원혜영 전 의원 등 통추 인사들을 김 총재와 장남 홍일씨가 직접 만나는 것도 ‘이인제 견제’의 의미로 해 석되고 있다. 이인제 후보가 내놓을 만한 공약을 선점하고, 개혁 성향의 인사들을 영입하거나 최소한 이인제쪽으로 가지 않도록 막겠다는 구상으 로 읽히고 있다.

국민회의가 김 대통령과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 김대중 총재,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 등 4자회담을 갖자고 제의한 것도 이인제 후보를 격하시키는 한편 이회창 후보를 ‘살리려는’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김이택 기자/ 한겨레 정치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9일 제 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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