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특집

“나도 민주계지만 너무한다”

(사진/9월19일 친이회창 민주계 의원들의 모임. 그들은 현재 당내 민주주의 원칙에 따를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게 어디 민주주의를 하자는 겁니까. 정치적 쿠데타를 하자는 거지. 민주계 일원으로서 이거 원 국민들에게 얼굴을 들 수가 있어야지.”

부산 경남 출신의 한 민주계 초선의원은 비주류 민주계의 후보교체론을 ‘비민주적 발상과 행동’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랫동안 민주화 투쟁을 했다는 민주계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 의 새장을 연 당내 경선을 부정하고 그 결과를 뒤집으려는 행위를 하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면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것은 정략 일 뿐 진정한 정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신한국당의 민주계 출신 한 당직자는 “이인제 전 지사의 경선 불복과 민 주계의 후보교체론은 정치 도덕과 질서를 무너뜨린 지난 90년 3당 합당에 이어 한국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민주계의 2대 죄악으로 기록될 것”이라 고 주장했다. 민주계의 한 중진의원도 “비주류의 행동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제대로 된 민주계라면 국민들에게 한보 사건 등에 대해 반성 하고 처신을 올바로 하는 게 도리 아니냐”며 비주류의 행동을 질타했다. 이처럼 민주계 내부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민주주의 준수 가 시급하다’는 움직임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관용 의 원과 박종웅 김무성 한이헌 김길환 의원 등은 9월26일 모임을 갖고 “7· 21 자유경선의 원칙과 정신이 존중되고 승복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 다. 이들은 정권재창출과 당 결속을 위한 연대서명 작업에도 착수했다. 김형오 의원은 “당내에 후보와 관련해 이런저런 소리가 있지만, 무엇보 다 중요한 것은 경선 결과 승복과 당의 결속”이라며 “우리는 주류도 비 주류도 아닌 구당파”라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은 “정치 게임의 측면에 서만 접근해 후보교체를 주장하면 우리나라 정치가 한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며 “야당을 하더라도 정도를 걷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 했다. 당의 한 고위당직자도 “지지율이 낮다고 후보교체를 주장한다면 차기 대통령의 인기도가 떨어지면 대통령 교체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 며 “정치의 안정성이라는 면에서도 후보교체론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9일 제 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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