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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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교육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이 후보. 이 후보아 측근들은 난국을 돌파할 나름의 승부가 있다고 자신한다.)
낮은 지지율을 이유로 한 비주류의 사퇴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는 단호하다. “그같은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후 보쪽은 오히려 9월30일 전당대회에서 총재직에 선출된 것을 계기로 분위 기 반전을 자신하고 있다. 측근들은 하나같이 “당과 이 대표가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 총재로서 난국을 돌파할 나름의 승부수가 준 비돼 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과 차별화 전략
이 후보쪽이 준비하고 있는 돌파전략의 핵심은 ‘대쪽’과 ‘법대로’라 는 본래의 이미지를 되찾는 것이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아들 병역문 제로 입은 타격을 만회하기 위한 노력들이 오히려 정체성을 잃고 흔들리 는 모습으로 비쳤다”면서 “결국 도덕성과 청렴성이라는 본래의 이미지 복원만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법대로’와 ‘원칙과 상식’의 이회창 이미지를 재정립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후보쪽은 ‘개혁적 보수’라는 자기 색깔을 명확히 하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쏟아붓겠다는 전략이다. 측 근들은 “그동안 여당 대표로서 경부고속철도 차세대전투기 사업 등 국가 적 전략사업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왔지만 더이상 목소리를 죽일 수 없다 ”고 주장한다. 한발 더 나아가 집권 뒤 자신이 펼칠 개혁청사진까지 제 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청사진에는 행정구조 개편 등 정부운용의 기본틀 을 바꾸는 국가대혁신 시나리오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위해 김영삼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준비하고 있다. 이 후보쪽은 물론 “김 대통령과 무차별적인 차별화는 피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집권하는 데 김 대통령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섣불리 대통령을 자 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측근은 “대중적 지지도 회복을 위해 서는 이 대표의 정체성 확보가 필수”라며 “어느 정도 가시적인 차별화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측근들 가운데는 김 대통령 최대의 업적 으로 평가받는 ‘역사바로세우기’에 대한 비판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 론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표도 최근 기자들에게 “김 대통령과 개혁의 큰 방향은 같지만 내용적으로는 다를 수 있다”며 “앞 으로는 과거지향적 청산적 개혁보다는 미래지향적 창조적 생산적 개혁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 상당한 차별화 조치가 뒤따를 것임을 시사 했다.
또 경선 뒤 벌어진 당내 갈등과 혼란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후보가 정 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과거와는 다른 ‘강력한 지도력을 갖춘 총재 이회창’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 해 이 후보는 자신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비주류 세력을 더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기 시작했다. 그가 최근들어 “그같 은 일(후보교체)이 일어날 수도 없고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결코 방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그런 맥락이다. 출당조치 등 비주류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이 후보 주변에서 최근 잦아지고 있다.
이 대표쪽의 이런 강공은 이미 당을 떠날 준비를 끝낸 비주류 세력을 잡 고 있어봐야 도움은커녕 오히려 당 단합을 해치고 일사불란한 대선전략 수립에 혼선만 가져온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실제 김윤환 고문은 일 본 출국 직전 비주류 수장격인 서청원 의원을 만나 “끝내 협조를 하지 않겠다면 비주류 스스로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 당 지도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윤원중 대 표비서실장도 27일 “비주류가 분위기를 흐리는 것보다 차라리 당을 떠나 는 것이 낫다. 남아 있는 사람들끼리 단합해 나가면 지지율도 조기에 회 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곧 영입노력 가시화될 것”
이런 강공과 함께 남아 있는 세력 규합을 통한 전열 가다듬기도 시작했다 . 지난 27일부터 이 후보가 당 소속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현재 어려운 상황의 대부분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과오를 솔직 히 인정하면서 “지금 상황은 결코 극복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며 협 조를 당부했다. 또 당헌-정강정책 개정을 통해 현행 당직자회의 의장을 총재에서 대표최고위원으로 바꾼 것이나 최고위원제를 도입한 것도 당내 잔류세력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려는 조치다. 당운영의 민주적 의사결 정구조를 살린다면서 당무위원 규모를 현행 50명에서 80명으로 확대하고 원내총무를 의원총회에서 뽑기로 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와 함께 이 후보쪽은 중량급 외부인사를 영입해 당에 남아 있는 패배분 위기를 일신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현재 이 후보 측근들은 주병덕 충 북지사와 문희갑 대구시장 등 자치단체장과 김정길 이철 전 의원 등 국민 통합추진회의 소속인사들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강재섭 대표 특보는 “전당대회 이후 영입노력의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재특보단에도 각 분야의 명망가들을 영입한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의 이런 돌파전략은 당의 갈등과 분열에 위기감을 느낀 범여권이 이 총재를 돕자는 목소리와 맞물리면서 일정 정도 성과를 얻을 것으로 기 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회창식 돌파전략의 성공을 점치기는 이르다. 당장은 힘을 모아 구원에 나섰지만 10월 한달의 노력으로도 지지도가 회 복되지 않을 경우 당내에는 정권재창출 불가 전망과 함께 후보교체론이 급격히 세를 얻을 걷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쪽은 물론 성공을 자신한다. 이 후보에게 실망해 표류하던 개혁적 보수세력이 다시 이 후보를 밀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저 할 일만 묵묵히 진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안 된다면? 한 측근은 “그렇게 최선을 다해도 안 되면 정치를 한단계 도약시키려는 이회창식 실험이 실패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국민의 실패다”라고 잘라 말한다. 그러나 그는 “처음 으로 돌아가면 그만이지 중간에 절대 물러서지는 않는다”며 후보 중도사 퇴는 없을 것임을 거듭 분명히 했다.
신승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9일 제 17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