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특집

김 대통령 이중플레이하는가

연말 대선 특히 이회창 후보에 대한 김 대통령의 입장은 무엇일까. 김 대 통령의 공식적인 입장은 이미 나와 있다. 이회창 후보를 중심으로 연말 정권재창출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9월29일 이 후보와의 마지막 주례보고에서 “전당대회에서 이회창 후보의 총재 취임을 계기로 당이 일치단결, 결속해야 한다”면서 “이 후보를 중심으로 한 정권창출 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이 후보 중심 정권창출론’을 거듭 강조 했다.

그러나 이 후보쪽에서는 김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을 반기면서도 청와대의 지원이 ‘너무 뜨뜻미지근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측면이 없지 않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김 대통령의 태도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동안 김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 ‘이중플레이를 하거나 딴마음을 먹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도 하다. 당 총재직 사퇴 전 신한국당사 를 방문해 당무회의를 주재해달라는 당의 요청을 거절한 것이나 비주류 민주계의 집단 행동 움직임을 방치하는 듯한 모습 등이 비근한 예이다. 이런 소극적인 태도들은 공식적인 언급과는 달리 김 대통령이 다른 생각 을 하거나 최소한 이 후보를 사실상 ‘포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 을 낳고 있는 것이다. 최근 청와대의 중하위 비서진들이 사석에서 ‘이회 창으로는 어렵다’는 얘기들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 점도 이상 기류임에는 틀림없다. 일부 비서관은 김 대통령이 퇴임 이후를 대비해 대선 중립을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주변인사들은 김 대통령이 탈당 등의 방법으로 이 대 표와 결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동안 92년 노태 우 당시 대통령의 탈당을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해왔던 김 대통령 이 전임자의 행동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김 대통령이 그 의 치적으로 기록될 자유 경선이라는 민주주의의 교과서를 스스로 찢어버 리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이 후보를 돕는 것도 한계 가 있는 것 아니냐. 후보 본인에게 모든 게 달린 것 아니냐”고 한결같이 말한다. 이는 결국 이 후보에 대한 김 대통령의 향후 태도는 이 후보의 지지율 즉, 당선 가능성에 따라서 협력이나 방관의 정도가 결정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9일 제 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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