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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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 때면 캠퍼스 잔디밭에 둘러앉아 밤하늘을 바라보며 노래하고, 노란 은행잎이 담요처럼 뒤덮은 교문을 향해 내려가며 곱게 화음을 맞추기도 했다. 80년대의 캠퍼스가 마냥 엄혹한 현실에 대한 투쟁뿐이었을 것 같지 만, 그 나름의 낭만도 넘실댔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떨어지는 낙엽에도 무덤덤한 ‘아저씨, 아줌마’가 돼간다.
이랜드 대중가요 동아리 ‘괜찮은 사람들’(사진 왼쪽부터 윤광중(32), 안은정(25), 정경애(24), 김주완(31), 조원섭(28))은 이렇게 잃어버린 우 리의 서정을 되살리려는 사람들이다. 20대 중반∼30대 초반으로 구성된 이들은 80년대 말∼90년대 초의 정감어린 노래로 향수를 자극하며 우리 서로 ‘괜찮은 사람들’이 되자고 권한다. 이들의 탄생은 지난해 여름이 다. 노래를 하고 싶은 몇명이 사내 공개오디션을 통해 6명을 선발했다. 각종 노래대회 수상경력이 있거나, 노래 동아리에서 대학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결성 뒤 그룹 내 각종 행사 게스트 출연은 물론,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엔 두 차례 정기콘서트도 가졌다.
조원섭(기획조정실)씨는 “사람들이 저마다 간직한 꿈과 낭만을 한번쯤
되돌아보게끔 해주고 싶었습니다. 회사에서도 활동을 적극 지원해줘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같은 멤버인 안은정(피자리
그 마케팅팀)씨와 사랑이 싹터 지난 5월 한 가정을 이루기도 했다.조씨의
치밀한 계략(?)에 의해 콘서트 때 둘이서 호흡을 맞춰 을 듀엣으로 불렀는데 그게 그대로 현실이 돼버렸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모여 새벽녘까지 연습한다. 이랜드
가 일 많기로 소문난 곳이란 점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이들은 행복하다. 요즘은 세번째 콘서트 준비로 매일 밤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이번 콘서트는 서울 당산동 2001아울렛 7층 라이브홀에서 10월7∼11일까
지 오후 7시45분부터 매일 1회 공연한다(02-676-2516). 공연을 보러오는
관객들에겐 자신들의 노래를 녹음한 테이프를 그냥 나눠준다. 공연 때 부
를 레퍼토리는 알리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다만 지난 공연의 메뉴를 보
자면 <별이 진다네> <내가 만일> <변해가네> <비오는 날의 수채화> <기차
와 소나무> 등 제목만으로도 느낌이 오는 노래들이다.
권태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9일 제 17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