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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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점골을 넣고 기뻐하는 서정원 선수. 일본은 한국전 패배로 승점 4로 3위로 밀려났고 한국은 승점 9로 월드컵 4회 연속 출전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아라비아의 모래 사막을 돌파하라.’
월드컵 본선 4회 연속 진출의 지상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 대표팀에 떨어 진 긴급명령이다.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우리 대표팀은 지난 9월28일 도쿄 원정경기에서 극 적인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최대 고비이던 ‘후지산’을 훌쩍 뛰어넘었다 . 이제 프랑스로 가는 길에 또다시 넘어야할 장애물은 걸프만의 ‘빅5’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다.
남미스타일 구사 후반에 강하다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의 원정경기를 2-1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장식해 쾌조의 3연승을 기록한 한국은 승점 9로 조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 라 우리나라는 남은 5경기 가운데 3승2무를 기록하면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실해지는 가장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애초 우리나라와 함께 수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되던 일본은 1승1무1패를 기록해 승점 4점에 머물러 3위로 밀려났다. 이에 따라 한국 일본 아랍에 미리트의 3파전으로 예상됐던 최종예선은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의 2파전으 로 좁혀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현재 2승1무(승점 7)로 조2위를 달리 고 있다.
오는 10월4일 잠실에서 벌어지는 아랍에미리트와의 4차전에서 이길 경우 본선진출은 거의 떼논 당상이라 할 수 있다. 2위의 아랍에미리트에게 승 점을 한점도 내주지 않은 채 승점 12점으로 멀찍이 달아날 수 있기 때문 이다. 한국은 승리의 여세를 몰아 한수 아래인 카자흐스탄(10월11일)과 우즈베키스탄(10월18일)과의 원정경기에서 프랑스행을 일찌감치 확정짓겠 다는 각오다. 아랍에미리트와의 4차전에서 승리할 경우 11월1일과 9일 일 본과 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경기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와의 국가대표간 역대 전적에서는 우리가 3승3무1패로 한수 위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9월 현재 62위로 35위의 한국에 비해 크게 뒤져 있다.
그러나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아랍에미리트는 사우디아라비아, 이 란, 쿠웨이트, 이라크와 함께 중동 축구를 대표하는 걸프만의 ‘빅5’로 지난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 한국과 함께 아시아대표로 출전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4개국 친선축구대회에선 3-2로 한국에 패배를 안겨주었다. 또 12월 아시안컵 예선에서는 1-1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최근 2∼3년 사이 급성장했다. 이 대회서 특히 우리가 2-1로 진 쿠웨이트와 인도네시아를 연파하고 결승까지 올라 득점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사우디에 분패 하기도 했다.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는 한국이 홈에서 3-0으로 이긴 카자 흐스탄을 4-0으로 완파하고 일본과 0-0으로 비겼으며 지난 27일 우즈베키 스탄과의 원정경기에서는 3-2로 이겼다.
아랍에미리트는 미드필드에서 느린 템포로 공격을 하다 한순간 공간을 열 어 좌우 날개와 빠른 측면 돌파 및 스위치플레이로 골문을 두드리는 공격 이 위력적이다. 특히 전반에 상대의 체력을 빼는 지공을 펼치다 후반에 속공으로 파상공세를 펼쳐 승부를 건다. 지난 12일 카자흐와의 1차전에서 후반에 3골을 퍼부었으며,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도 후반에 3골을 몰 아쳐 3-2로 역전승했다.
게임메이커인 아델 모하메드의 공격 조율 능력은 아시아 최정상급으로 평 가받고 있다. 또 무바라크 카미스 사드 등 공격진이 고른 득점력을 갖추 고 있다. 무바라크 카미스 사드는 아시안컵 예선 한국전에서 동점골을 뽑 아낸 데 이어 4월22일 월드컵 1차예선 바레인전과 4월26일 요르단전에서 2게임 연속 결승골을 터뜨리는 등 3골로 1차예선 팀최다골을 기록해 경계 대상 1호로 떠올랐다. 수비면에서는 측면수비에 치중하는 5-3-2 포메이션 을 내세운 밀집수비가 인상적이다.
특히 최근 브라질 출신의 라우리 산드리 감독을 영입한 이후로는 남미축 구 스타일을 가미하면서 개인기와 조직력을 이용한 적극 공세를 펼치는 쪽으로 팀 컬러가 바뀌고 있다.
그러나 대인마크에 능하지 못해 수비조직력의 허술함은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측면공격이 빠르고 파괴력이 높은 한국으로선 사드 등 아랍 에미리트의 예봉을 철저히 따라붙으면서 기민한 좌우 측면공격을 펼칠 경 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반에 강한 아랍에미리트의 공세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전후반 체력안배와 적절한 선수교체 등을 통해 힘의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시차 등 유리한 점 많아 잠실벌 승전가 예감
아랍에미리트가 비록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상승세를 타기는 했지만 4차전 경기 무대가 서울이라는 점과 한국팀이 최대 라이벌 일본을 꺾으면서 자 신이 충천해 무난히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랍에미리트는 지 난 9월27일 우즈베키스탄으로 원정경기를 떠났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간 데 이어 이번에 다시 한국을 방문해야 하는 등 잦은 원거리 이동으로 제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도 한국에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대표 팀은 아랍에미리트전에 이어 10월11일과 18일 적지에서 각각 카 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과 대결한다. 그러나 이미 하위권으로 처진 이들 과의 경기는 컨디션 관리만 잘하면 그리 힘들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우 리나라의 최종예선전 마지막 게임인 아랍에미리트와의 원정경기(11월9일) 까지는 앞으로 한달여가 남았다. 한국축구가 급성장하고 있는 일본과 아 랍에미리트의 추격을 따돌리고 4회 연속 월드컵 출전이라는 신화를 창조 해 불황으로 인한 국민적 무력감을 말끔히 걷어내주기를 기대해 본다.
지창은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9일 제 17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