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초점

대통령 후보 권영길을 아십니까?

민주노총과 전국연합이 중심이 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진보세력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시도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9월7일 국민승 리21의 이른바 ‘국민후보’로 추대돼 대통령 후보 출마를 공식선언한 권 영길(사진)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지지가 좀처럼 뜨지 않고 있는 것이다.

권 후보는 9월18일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0.7%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 다. 9월19일 <국민일보>와 22일 <한겨레>의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0.7%에 머물렀다. 물론 지역별 지지도를 공개한 <동아일보>의 조사결과에서 보듯 , 서울(0.4%), 부산(2.7%) 등 5개 시·도에서만 약간의 지지를 얻고 나머 지 10개 시·도에서는 한사람도 지지자가 없는 조사결과를 그대로 받아들 이기는 어렵다. 국민승리21의 한 관계자는 “울산에서조차 0%의 지지도를 보인 여론조사 결과는 비상식적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비록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는 하더라도, 지지율이 기대했던 것보 다 매우 낮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국민승리21과 인텔리서치가 지난 9월11 일 공동으로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권 위원장은 3.0%의 지지 를 얻는 데 그쳤다. 그것도 누구를 찍겠느냐는 질문이 아니라, “누가 대 통령이 됐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으로, 지지도가 그대로 표로 연결된다고 보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사진/국민승리21 선거운동 본부. 다른 후보와의 차별성을 강화하고 10만명 정치 실천참여단 구성을 서둘러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국민승리21은 이같은 흐름을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나 는 이인제, 조순 후보에게 개혁성향의 표를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 진보와 개혁’을 표방하는 권 후보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 “누가 가장 개 혁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 김종필 자민련 총재(3.3%)보다 조금 높은 3.7%를 기록해 끝에서 두번째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다른 하나는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당초의 예상과 달리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 후보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평적 정권교체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조합원들을 설득하기가 매우 궁색해졌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언론의 지나친 홀대를 꼽는 사람도 많다. 그동안 진보세력의 정치세력화에 가장 큰 벽으로 작용했던 언론의 의도적인 무관심이 이번에 도 마찬가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프랑스의 <르몽드>와 <르피가로>가 권 위원장과 단독인터뷰를 하는 등 외 국언론의 관심은 높은 반면, 국내언론들은 권 위원장의 정견을 거의 취급 하지 않고 있다. 권 후보를 여론조사에 함께 넣는 경우조차 드물다. 여론 조사 결과 권 위원장의 출마사실을 알고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도 40%에 그쳤다.

국민승리21은 10월부터 시·도별 협의회를 계속 구성해나가는 한편, 민주 노총도 10만명의 정치실천단 구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또 전· 노사면 반대 켐페인을 전국적으로 벌이는 등 다른 후보와의 차별성을 강 화하고, 선거운동을 민주노총의 고용불안 해소와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대중투쟁과도 결합해 나갈 방침이다. 시작이 늦었던 만큼 아직 비관할 게 아니고 언론의 무관심은 자체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9일 제 177호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