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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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국 다음의 군사력을 갖추고 있는 일본 자위대. 방위협력의 중점이주변지역으로 바뀌면서 일본의 군사력이 아시아 지역에 새로운 긴장을 부르고 있다.)
지난 9월23일 미국과 일본이 ‘새방위협력지침’을 확정하면서, 일본의 군사적 팽창에 대한 아시아 각국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8년 이후 19년 만에 개정된 이번 미-일 방위협력지침은 미-일 군사 협력을 평시 협력, 일본의 피침에 대응한 협력, 일본 주변사태에 대응한 협력 등 크게 세분야로 나눠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 지침의 가장 큰 특징은 양국간 방위협력의 중점을 예전의 ‘일본 자체’에서 ‘ 주변지역’으로 바꿨다는 점이다.
일본에 아시아 방위를 맡긴다?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 외상이 뉴욕 에서 서명한 신방위협력지침에 따르면, “일본의 평화와 안정에 큰 영향 을 줄 수 있는 ‘주변지역’의 분쟁 때” 일본의 미군 지원 폭은 크게 확 대된다. 새 지침은 ‘주변사태’ 때 총 40개 협력항목을 규정해놓고 있다 . 우선 일본 해상자위대에 의한 기뢰제거활동이나 선박임검 등을 공해상 에서도 할 수 있도록 규정해 일본 자위대의 활동영역을 크게 넓혀놓았다. 또 일본은 항공기 및 공항제공과 함께 수송, 경비, 통신, 정보 등에서 미 군에 협력하도록 규정돼 있다.
미국과 일본 양국은 이번 지침이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을 썼다. 미·일 양국은 우선 주변사태를 “지리적인 개념이 아니라 사태 의 경중에 따른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한반도나 대만해협 등으로 지역을 명시할 경우 해당국을 자극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 새 지침 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공해상 선박 임검활동은 “유엔의 경제제재가 있을 경우”로 못박고 있다. 또 미군지원도 ‘전투지역에서 한발짝 물러난 지 역에서’라고 표현함으로써 ‘일본 내’로 표현했을 때의 위헌논란을 피 하고 있다. 또 오부치 외상은 새 지침 조인식 뒤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 을 방문한 아시아 각국 관계자를 만나 지침에 대한 ‘의혹’을 씻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조심스러움과 활발한 설명노력도 아시아 각국의 우려를 씻기 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아시아 각국은 이번 지침이 근본적으로 일본에 게 아시아 방위를 좀더 맡기려는 미국의 전략과 자위대의 해외진출을 꾀 하는 일본의 의지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본다. 따라서 비록 표현은 모호할 지라도, 이번 지침은 일본의 군사대국화의 길을 연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주변’이라는 용어는 때에 따라 대만해협도 되고, 한반도도 되고, 멀리는 난사군도, 필리핀도 될 수 있다는 게 주변국들의 해석이다.
가장 강력한 비판세력은 중국이다. 선궈팡(沈國放)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월24일 관영
아세안 외무장관들도 9월25일 뉴욕에서 오부치 외상을 만난 자리에서 “
새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투명성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 주변 국가들의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오부치 외상이
새 지침의 의도를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아세안 외무장관들의 의혹을 완전
히 씻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아세안 국가의 우려가 높다는 방증이
다.
아세안 국가 중 특히 지난 7월 초 캄보디아 내전을 이유로 일본이 군용기
를 파견했던 타이의 우려는 매우 높은 듯하다. 이와 관련해 타이 타마샛
대학의 프라서트 지티와타나퐁 교수(정치학)는 “특히 이번 지침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국은 자체 군비증강을 가속화하거나 러시아
와 협력관계를 갖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개정 지침으로 아시아에
새로운 군비경쟁이 촉발될 것이라는 진단인 것이다.
일본은 내년 2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자위대법, 해상보안청법, 유엔
평화유지법 등 20여개 법령개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법률개정으로 새 지침에 실질적인 힘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이런 법률
개정 때마다 중국 등 아시아 각국이 ‘일본의 군국주의화 의도’를 소리
높여 비판할 것은 명백하다. 아시아는 미-일 신방위협력지침으로 앞으로
군비경쟁과 관련해 상당히 시끄러울 전망이다.
김보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9일 제 177호
중국, “주권침해 좌시 않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