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이주의 독자

회사원 정미경씨

경상도 신부가 신랑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보이소, 보이소. 저 별은 내 별이고 저 별은 자기 별 입니더….” 가만히 듣고 있던 경상도 신랑이 말 하기를 “와? 별이 니 보고 뭐라 카더나.”

<한겨레21> 창간독자임을 강조하는 정미경(25)씨가 독자에게 전하는 우스 개 소리다. 부산에서 태어나 이제까지 서울구경 한번 다녀온 적이 없는 ‘촌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정씨의 목소리가 ‘촌 사람’에 힘이 실린다. 부산 사랑은 대단하다는 자부심으로만 들린다.

그러나 보고 싶은 공연이나 연극 등이 서울에서만 치러질 때는 속상하기 만 하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특히 여성의 경우 전문직으로 진출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너무 부족하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정씨만 하더라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학원까지 다니며 열심히 배웠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학원에서는 실력을 인정했지만 마땅한 취업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매주 <한겨레21>을 만날 때마다 무난하고 편안하게 살아가려는 자신을 발 견하고 채찍질하는 계기를 얻는다는 정씨는 지금도 한-약분쟁과 관련한 기사들을 기억한다. 다른 매체와는 달리 분명한 입장을 읽을 수 있어 혼 동스러운 양쪽 주장의 옳고 그름을 가르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단다. 그러 나 때로는 이러한 자세 때문에 너무 편향된다는 느낌이 들 때도 많다는 것이 정씨의 걱정이기도 하다. 다른 매체들의 보도를 접하고도 <한겨레21 >에서 다시 확인해야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구나’라고 믿게 된 것 도 <한겨레21>이 가져다준 신종 병. 그래서 꼭 실렸으면 하는 기사가 보 이지 않을 때는 답답하기까지 하다. 신문에서 읽은 기사 모두를 <한겨레2 1>에서도 읽게 해달라는 주문이다. 부산에 관한 기사도 자주 만나고 싶다 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대접을 안 해준다는 것 이 정씨의 불만.

메이크업 전문가가 되는 새로운 꿈을 키우는 정씨는 부산영화제를 맞아 부산을 방문하게 될 독자들에게 콘테이너 부두와 오륙도가 한눈에 보이는 남구 용호동 백운포와 부산 야경이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광안리 뒤편의 황령산을 꼭 들러보라고 권한다. 해운대나 광안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 짜 부산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윤승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2일 제 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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