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엽서

<한겨레21> 174호를 읽고

봉건의 굴레를 벗어야 한다

표지이야기 ‘왕자의 난 거사가 다가온다’는 현재의 정치상황을 봉건시 대에 비유하여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그 의도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시류에 편승하여 지나치게 현안을 흥미위주로 포장했다는 느낌 을 지우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혈연·지연 등 봉건적 모순의 미 청산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에 걸맞지 않은 ‘왕 자의 난’ 등의 표현은 우리 사회에 봉건의 굴레를 씌우는 격이다. 선진 국들은 탈근대를 외치며 21세기 새로운 문화창조에 매진하고 있는데 아직 까지 봉건의 잔재에 발목이 잡혀 있는 우리 사회가 안쓰럽기만 하다. ‘ 한겨레’만은 동맥경화에 걸린 우리 사회에 신선한 혈액을 공급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것은 각종 연줄문화를 청산하는 등 봉건적 속성을 타파 하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조병훈/ 경북 안동시 도산면 온혜리 도산면사무소

양심수에게 피해보상 실시하라

초점 ‘대선가는 길 정의는 없다’를 읽은 뒤끝이 개운하지 않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권주자들이 모두 ‘전·노사면’을 대권의 지름길로 여기 고 있는 게 아닌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권에만 눈이 먼 대권주 자들의 타는 속마음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전·노씨의 철권통치기간중 그들에게 대항하 다 무참히 짓밟힌 많은 사람들이 명예회복은 커녕 아직도 빨갱이·반국가 인사로 낙인찍혀 있다. 대권주자들은 전·노씨를 사면하자고 주장하기에 앞서 그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분들의 명예회복과 배상을 먼저 주장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오늘의 대권주자들의 처지에서 보면 전·노씨보다는 그들에게 박해를 받은 분들에게 빚이 많음은 분명한 현실이 아닌가.

박정용/ 부산시 동래구 명륜1동 부국아파트 3-352

민심 거스른 대선주자의 노림수

“전·노는 장기수로 남아야 한다”는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전두환·노 태우 이들이 대체 누구인가. 12·12군사반란으로 정권을 탈취하고 급기야 는 합법적인 대통령을 하야시키고 권력을 쟁취한 쿠데타세력이다. 옛날 같으면 교수형에 처해야 마땅한 중죄인임에도 법치국가라 재판을 거쳐 형 이 확정돼 복역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들이 몇년이나 복역했다고 섣 부른 사면논의인가. 이것이 과연 법치국가요, 역사바로세우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헌정유린과 인명학살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회개로 국민정서를 자극한다면 모를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 는다. 대선에서 보수세력의 표를 얻기 위해 얕은 수를 쓰는 사람을 국민 들이 용서할 리 없다. 정의가 살아 있다면 그들은 장기수로 일생을 마감 하고 여러 양심수를 석방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우정렬/ 부산시 중구 보수동 1가 32

색깔론의 망령 ‘남조선명함’

색깔시비의 희생양이 된 이석현 의원에 대한 기사를 읽고 끓어오르는 분 노를 참을 수 없었다. 툭하면 색깔을 내세워 국민화합에 흙탕물을 뿌리는 세력의 의도를 우리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애국을 가장한 그들이야말로 민족의 분열을 조장하고 민주발전을 저해하는 이적행위를 일삼았던 것이 다. ‘빨간명함’은 보수정치권과 언론이 만든 외설작품일 뿐이다. 명함 에는 엄연히 대한민국이 국적으로 표시돼 있고 ‘남조선’과 ‘한국’이 괄호안에 적혀 있는데 어찌 빨간명함이란 말인가. 현재 한자권 국가에서 ‘남조선’이 통용되는 현실을 알지 못하는 무지의 산물이라면 할 말이 없다. 세계화를 앞세워 호들갑을 떨었던 문민정부 아닌가. 의원외교의 세 계화를 시도한 이 의원의 행위에 붉은 칠을 한 당사자가 대학동문이라는 사실이 더욱 서글프다.

오풍/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노동자의 인권은 누가 지키나

특집 ‘방치된 산업보건에 노동자 삶이 꺾인다’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한국 경제발전의 뒷모습에는 유린된 노동자의 인권이 어김없이 있었다. 일본과의 산업재해 통계치를 비교해 보면 누구라도 상식적으로 한국 노동 자의 건강검진이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의 인권을 돈보다 하찮게 여기는 해당기업과 환자 돈벌이에 나선 검진병원들은 철저히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동물’일 뿐이 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희생자는 어김없이 힘없는 노동자들이다. 인터뷰 노동자들이 30, 40대의 한창 일할 나이라는 점이 안타까움을 더한 다. 그나마 이런 힘없는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노동조합 들도 기업에 의해 탄압받고 있으니 노동자들의 인권과 삶은 누가 되찾아 줄 것인가.

김소덕/ 부산시 사상구 모라3동 주공아파트 110-106

양민학살, 미국이 배상하라

추적 ‘미군만행, 47년 만에 따진다’는 미국에 의한 영동 노군리의 양민 학살 사건을 다룬 기사로 무척이나 충격적이다. 피난민을 가장한 인민군 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노인과 부녀자, 아이들만 있는 터널에 무차별 사격 을 가한 사실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시 무차별 학살로 죽 음의 위기를 넘긴 생존자가 증언하는 내용을 믿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일가족이 몰살당하는 참혹한 광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진 상조사마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계획적 학살이라면 미국의 공식사과 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을 받아 마땅하다. 이 사안에 대해 정부는 해결의 주체로 나서 제목소리를 내고 배상청구에 응해야 할 것이 다. 불행한 역사의 비극을 치유하는 길은 망각이 아니라 진실규명을 통한 정당한 대접에 있으리라 생각한다.

심동영/ 서울시 노원구 하계2동 271-3 극동아파트 3-508

부끄러운 다이애나 신화 만들기

<한겨레21>을 펴는 순간 눈을 한번 비벼보았다. 세상보기의 다이애나 사 진은 <한겨레21>이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의심해 볼 수밖에 없었 다. 아무리 상업성과 적절한 배합을 한다고 하지만 같은 시간에 일어난 베트남 참사에서 죽은 한국인들의 기사는 한줄도 없는 것과 심하게 비교 된다. 다이애나의 죽음에 대한 애도 행렬을 지나치다는 말은 아니다. 문 제는 그의 죽음에 온 나라가 애도 분위기에 휩싸여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아랍국가들이 그의 죽음에 코웃음을 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쩌면 조작된 애도의 물결 속에 동양에 대한 서구의 위엄 은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우리는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방언론이 극성스러운 언론보도로 세기적 사건으로 만든 숨은 의도에 덩덜아 놀아난 한국언론의 가벼움이 안타깝다.

김판동/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 358-17 월간 대중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