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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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복시대 다시오나
러시아에서 교복은 다시 부활할 것인가. 최근 한 의류업체가 한 고등학교 에서 교복 패션쇼를 열면서 러시아에서 교복 부활논쟁이 서서히 뜨거워지 고 있다.
옛 소련시절 학생들이 일률적으로 입어야 했던 짙은 청색의 교복이 사라 진 것은 페레스트로이카 이후였다. 교복이 사라진 이유는 지난 80년 한국 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한국에서는 일제의 잔재를 없애고 학 생들로 하여금 좀더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공부를 하도록 하자는 취지에 서 교복을 없앴다. 러시아의 경우 다른 점이 있다면, 없애야 할 잔재가 일제의 것이 아니라 권위주의 소비에트의 것이라는 점 정도다. 이에 따라 쉬콜라(러시아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총칭하는 말)에서 교복이 사라지 고 학생들의 옷은 ‘개방’됐다.
교복자율화 시행 결과 드러난 문제점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선 교사들은 학생들이 사복을 입자 빈부 차가 너무나 크게 드러나게 됐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특히 급속한 자본주의화가 낳은 커다란 빈부격차가 바로 사복에 반영되면서 학생들을 통솔하는 데에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 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일선교사들이나 학자들 사이에 교복 부활 목소 리가 점차 높아지면서 의류업체가 교내에서 교복 패션쇼까지 연 것이다.
교복 패션쇼가 열린 학교의 교사들은 물론 교복 부활을 환영하고 있다. 이 의류업체는 다른 쉬콜라들과도 교섭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가 내놓는 교복의 가격은 일단 비싸지않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여학생들의 치마는 7만루블(약 1만2천원)이며, 남학생들의 바지는 11만5 천루블(약 1만8천원) 정도이다. 그 정도의 가격이면 거의 대부분의 학생 들이 사 입을 수 있다는 것이 회사쪽의 설명이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교복이 부활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 입장이다. 우선 사회 일부에서는 “교복의 부활은 사회주의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면서 교복 부활 움직임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학교의 교장은 “옛 소련시대를 나타내던 어두운 청색 교복 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하고 있다.
교복 가격도 문제다. 회사쪽에서 내놓는 가격이 비싸지 않은 게 사실이다 . 하지만 일부 부모 중에는 이러한 교복마저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는 게 현재 러시아 빈부격차의 실상이다. 교복 부활의 가장 중요한 걸림돌은 러 시아 법률이다. 이 법률에 따르면 교장은 학생들에게 똑같은 옷을 입게 할 권리가 없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히기 위해서는 그러한 권리 를 가지고 있는 국회나 시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결집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많은 걸림돌에도 교복 부활이라는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난 상태다. 모스크바 시내에서 과거의 짙은 청색이 아닌 다양한 색상의 교복 을 입은 학생들을 대할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모스크바=강완구 통신원
오스트레일리아는 문맹의 나라?
지금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난데없이 ‘문맹퇴치’가 현안으로 부각돼 정 치권 및 교육관계자들 사이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논란은 성인 남녀의 독해·작문능력을 조사연구한 통계청 보고서가 발단이 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5세에서 74세 사이의 국민 중 거의 50% 정도가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정도의 낮은 독해·작문능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 다. 특히 전체의 19.7%인 2백60만명은 작문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버스 시간표나 약병에 있는 주의사항 같은 간단한 실용문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45세 미만에서는 15세에서 19세까지의 청소 년들의 독해·작문능력이 최하위로 나타나 학교교육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은 이에따라 이번 회계연도에서 성인들을 위한 독해·작문 교육 부문 예산을 30%나 삭감한 정부의 결정이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총리 하워드가 지난 세대 동안 장기 집권했던 노동당 정권의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이 빚어낸 문제라고 맞받아 치면서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 문제는 또 연방정부와 주정부간의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 다. 여기에는 연방교육부의 또다른 보고서가 발단이 됐다. 이 보고서는 새로운 평가기준을 도입해 초등학생들의 독해·작문능력을 조사한 결과 무려 3분의 1 가량이 수준미달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15일 연방초등교육부 장관인 데이비드 켐프는 각 주 단위의 초등학교에 대한 연방지원금 6백만달러의 집행과 학생들의 독해·작문능력평가를 연계하겠 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자 각 주의 교육부 장관들은 따로 모임을 갖고 켐프 장관의 시도를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우선 이들은 “연방정부만이 아동교육에 관심과 책임이 있다는 것처럼 행동한다”라고 비판한 뒤 “연방정부의 교육재정 은 특정 기준에 의한 각 학교들의 우열이 아니라 교육적 필요에 따라 배 분돼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그러나 켐프 장관은 “국민이 낸 세금이 가장 기초적인 능력도 배양하지 못하는 교육기관에 낭비돼서는 안 된다” 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이런 논란을 지켜보는 많은 교육전문가들은 “단기적 성과주의가 교육부 문에서 성공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좀더 종합적이고 장기 적인 대책 수립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시드니=정동철 통신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2일 제 17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