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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여, 21세기 정보의 항구로 오라

(사진/화교기업이 늘고 있는 싱가포르 중심지 센튼웨이.)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싱가포르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정보통신과 금융산업에 강점을 가진 싱가포르가 이 장점을 십분 발휘해 새로운 화교자본 중심지로 탈바꿈하려는 것이다. 우선 싱가포르는 21세기 를 준비하는 화교들의 새로운 ‘관시’(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화교들 의 인맥만들기를 뜻하는 ‘관시’는 보통 지역과 언어, 동종의 사업 등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 그런데 최근 싱가포르는 인터넷을 통한 ‘컴퓨터 관시’를 만드는 작업을 총지휘하고 있다.


전세계 화교 정보 화상네트워크로 연결

‘컴퓨터 관시’의 역사는 지난 91년까지 거슬러올라간다. 화교 족보에서 머리가 비상하기로 정평이 난, 객가 출신의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발의로 중국-싱가포르-제3국을 연결하는 싱가포르중화총상회(SCCCI)가 결 성된 것이 그 시초다. 싱가포르는 이 여세를 몰아 95년 12월에는 인터넷 에 세계 화상네트워크(WCBN, http://wcbn.com.sg)를 탄생시켰다. 이 네트 워크는 세계 화교자본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수집·제공하는 인터넷 서비 스망이다. 이곳에는 각국의 화교상인들 동정과 기업 소개, 출신지와 언어 등으로 조직된 친목회에 이르기까지 화교상인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쉼없 이 입력되고 있다. 특히 홍콩 반환 이후 싱가포르는 이 네트워크 강화작 업을 벌여 최근에는 개설된 사이트 수를 4만여개로 늘려놓았다. 이곳을 통해서는 싱가포르뿐 아니라 자카르타, 콸라룸푸르, 밴쿠버, 샌프란시스 코의 보석점, 요리점, 은행 등 화상들의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다.

이런 싱가포르의 노력에 힘입어 싱가포르의 중심지 센튼웨이에는 하루가 다르게 입주하는 화교기업들이 늘고 있다. 중국 본토의 공산화 이후 최대 사건이라는 홍콩 반환 뒤 화교자본 이동으로 최근 해외를 떠돌던 화교자 본이 급격하게 싱가포르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홍콩의 대기업인 룽기그룹이 싱가포르 증시에 등장하면서 싱가포르에 상장된 홍콩기업은 2 3개사로 늘었다. 진출 이유는 ‘동남아시장을 개척하기 위함’이지만 실 은 홍콩 반환 이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자금줄을 안전한 곳으로 옮 기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화교기업들도 이런 자본 이동에서 빠지지 않는다. 싱가포르의 기업들을 잇따라 매수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화교기업들의 움직임은 특히 수하르토 대통령의 건강악화설이 불거진 뒤 부쩍 늘었다.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역시 국내 정치가 불안해지면 화교에 대한 탄압이 벌어졌던 역사적 경험이 화교들의 더듬이를 싱가포르로 향하게 한 것이다 .

이런 해외 화교들의 움직임에 싱가포르는 ‘싱가포르 원’, ‘인텔리전트 아일랜드’ 계획으로 화답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21세기에 전세계 정보가 드나드는 전자항구로 거듭나기 위해 2백억 싱가포르달러를 투자해 주민 모두가 네트워크 컴퓨터를 보유하는 ‘싱가포르 원’ 계획을 추진하 고 있다. 이러한 기반시설을 통해 아시아 최고의 증권과 금융시장으로 탈 바꿈하기 위한 노력들이 전세계 화교기업들의 지점 유치의 근간임은 물론 이다.


화교기업 본토 진출 징검다리

싱가포르의 꿈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싱가포르는 이렇게 모아진 자본의 힘을 바탕으로 본토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고향인 광둥과 푸젠 등으로 몰려들고 있는 많은 화교기업들의 징검 다리 구실을 하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지금까지 외국자본에 대한 세금 감면, 해외 송금 자유 등 어 느 나라보다도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해 왔다. 또한 그러한 노력들이 싱가포르의 번영을 가져왔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홍콩의 영화자본을 유치하려던 싱가포르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간 예처럼 싱가포 르는 자본과 정치참여를 명확하게 이분화해왔다. 이 때문에 인터넷을 통 제하려는 싱가포르 정부의 태도는 정보의 공유라는 세계적인 추세와 마찰 을 빚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21세기의 새로운 관시’를 만들려는 싱가포르의 노력이 어느 정도까지 위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싱가포르=글·사진 이상엽/ 다큐네트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2일 제 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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