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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부활했다, 당정섬!

(사진/지난 여름 장마와 폭우를 거치면서 자신의 모습을 물 밖으로 드러낸 당정섬.)

자신을 옥죄어 오는 인간들의 파괴의 손길에 맞서 자연 스스로의 힘으로 당당하게 되살아 난 곳이 있다.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경기장 뒤쪽에 기 다랗게 자리잡은 당정섬. ‘집짓고 정자 세우기 좋아’ 당정(堂亭)이라 불린 이 섬은 지난 86년 4월 한강종합개발사업에 따라 9년 동안 진행된 골재채취 작업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미루나무 숲길과 고방오리 흰 물때새 등의 안식처로 유명했던 이 곳을 보존해야 한다는 섬 살리기 운동 의 목소리도 물길을 바로잡겠다는 인간의 오만 앞에 힘없이 무너졌다. 26 만평에 이르는 당정섬 하나를 만드는 데 적어도 1천억원 이상이 든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랐지만 2백억원어치의 골재 채취라는 마력에 걸린 경기도를 이겨내기에는 힘에 부쳤다.

결국 92년까지 계속된 싸움은 부질없이 끝났다. 2백여년 이상 땅콩 농사 를 지으며 이 섬을 땀과 눈물로 적셔온 10여 가구 주민들도 마침내 섬에 서 쫓겨났다. 그리고 26만평의 거대한 섬은 95년 한강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한강의 물길은 속으로 하루하루 모래와 자갈을 밀어올리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다. 모두가 잊고 있던 사이 스스로를 복원해내고 있 었던 것이다. 그리고 올 여름 장마와 폭우를 거치면서 드디어 자신의 모 습을 물 밖으로 드러냈다. 팔당대교에서 아래쪽으로 2km 떨어진 곳 미사 리 경기장 끝부근에 30여m 크기의 크고 작은 모래톱과 자갈턱 10여개를 만들어낸 것이다.

되살아난 면적은 2천여평에 지나지 않는다. 사라진 26만평에 견주면 보잘 것 없다. 하지만 1km에 이르는 강폭을 가로지르면 띄엄띄엄 줄을 잇고 있 는 이 섬에는 벌써 들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몇년 안 에 본래의 모습을 복원할 수 있을 것같다.

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연구실 우효섭 박사는 “하상을 아무리 미끈하게 정비해도 물의 흐름이 머무는 지점에는 토사가 쌓이고 모래섬이 생겨난다 ”며 “물의 흐름을 고려해 섬이 생겨난 곳은 오히려 하천 생물들이 자라 나는 생태계 거점으로 보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더욱이 섬을 끼고도는 지점에는 물살이 빠른 여울이 생겨나 하천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높인다는 게 환경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섬이 사라지면 여울도 사라지고 결국 강물의 흐름은 호수처럼 잔잔해져 썩어간다는 설명이다. 개발과 매 립으로 뚝섬, 잠실, 돌섬 등이 사라지고 호수처럼 잔잔해진 한강이 보여 주듯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자정능력을 상실한 채 오염을 가속화시킨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살려낸 당정섬. 자연의 위대한 복원력은 치수와 골재채 취에 따른 금전적 이익을 이유로 또다시 개발의 칼날을 들이대려는 사람 들에 대한 무언의 경고이기도 하다.

신승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2일 제 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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