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권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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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곧 새댁이 되는 최세정 씨. 더이상의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 96년 5월, 최세정씨는 생판 모르는 곳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난데없이 일본어 공부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중단했던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학원을 알아보던 최씨는 반갑게 이것 저것 물어봤다. 그게 탈이었다. 며칠 뒤 최영미라고 밝힌 여자가 다시 전 화를 걸어왔다. 지금 당장 만나자는 것이었다.
얼굴을 맞대자 최영미씨는 설명을 시작했다. “회원관리 프로그램, 수강 생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강의시간, 담임제로 운영되는 강사진, 맨투 맨식 출석관리” 등 정말로 환상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생각해보겠다고 대 답하자 최영미씨는 신용카드를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신용카드를 보여주 자 먼저 최씨는 매출표를 긁어버렸다. 1년치 수강료 65만원을 그 자리에 서 결제한 셈이 돼버린 것이었다. 의심도 들었지만 일단 마음먹었던 일이 고 워낙에 설명이 그럴듯해 매출표에 사인을 했다. 함께 온 강사는 6월부 터 수강하겠다는 최씨에게 실력을 테스트해보자며 시간나는 대로 학원에 들러보라는 친절로 의심을 풀어주었다.
그러나 막상 학원에 나가 본 최씨는 아연 실망했다. 두번째 강의까지 들 어보았지만 사범대학 출신인 최씨의 눈에는 강사가 기본자질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만 보였다. ‘실수했다’는 생각과 ‘설마’라는 생각이 교차 했다. 학원에 등록했다는 소식을 들은 회사쪽에서 수강료 일부를 지원하 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최씨는 경제적 부담도 더는 김에 다소 비싸더라도 수강기간을 나누기로 마음먹었다. 반년치 수강료는 45만5천원이었다.
먼저 결제한 수강료는 전액 계좌로 입금해줄테니 먼저 반년치를 다시 카 드로 결제하라는 담당자 설명에 다시 한번 카드를 내줬다. 총 1년 반치의 수강료를 납부한 셈이다. 그러나 돌려준다는 1년치 수강료는 매달 청구서 를 받아들 때마다 반환을 요구했으나 곧 돌려주겠다는 약속 뿐이었다. 어 찌됐든 6개월 수강기간을 마쳐야 했던 최씨는 번번이 담당자의 공언에 시 간을 뺐겨야 했다.
강사가 바뀌면서 좀 나아지는가 싶었던 강의도 다시 엉망이었다. 한달이 멀다하고 강사가 바뀌고 강의시간마저 들쭉날쭉이었다. 학생도 최씨 혼자 일 때가 대부분이었다. 종로3가의 모 유명학원과 유사한 학원이름을 내세 우며 계열학원인 것처럼 말하며 온갖 특혜가 있다는 것도 물론 거짓이었 다. 강의가 시작되고 3개월이 지나서부터는 강사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출석관리를 철저하게 해준다는 것도 물론 과대선전이었다. 결석을 했을 때 전화를 받아본 것은 수강 초반 두번뿐이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강 사가 출근하지 않는 날이면 복사된 문제집을 주며 자습하라고 하면 그만 이고, 어떤 날은 아예 학원 문이 열리지 않기도 했다. 강사가 안정되고 난 뒤부터는 오히려 최씨가 전화나 호출기를 통해 강사의 출석을 관리하 는 해프닝이 계속됐다.
등록하고 6개월이 끝났을 때 실질적으로는 4개월 정도의 수강시간도 채우 지 못했다. 2달을 더 다니고 나서도 강의시간은 채워지지 않았다. 돌려받 아야 할 1년치의 수강료도 12개월 할부기간이 모두 끝난 지금까지 돌아오 지 않았다. 이미 1년이 지나버린 확인서 한장만이 있을 뿐이었다.
최씨는 아직도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학원에 서 스치듯 지나치던 그 많은 수강생들도 혹시 나같이 당한 것은 아닐까라 는 의심이 지워지지 않는다. 고소라는 극단적인 방법만큼은 피하고 싶은 데….
“가능하면 규모가 있는 학원을 선택하시고 소그룹 학원은 경험자들로부 터 조언을 들은 다음에 등록하세요. 그리고 수강료는 반드시 한달 단위로 내시고요.” 외국어 학원을 찾는 이들에게 최씨가 전하는 충고다.
윤승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2일 제 17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