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특집

총성 없는 전쟁, 해군력 증강 경쟁

(사진/모든 무기로부터 안전하다는 이지스함을 주축으로 해군력을 증강시켜 가고 있는 일본.)

바다전쟁의 승패를 가를 해군력의 확충을 위한 아시아 각국의 움직임이 바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미국의 뒤’를 노리는 중국과 일본 이다.

중국은 2005년까지 4만8천t급 항모 2척을 만들 예정이다. 특히 최근 경제 성장 덕분에 외환보유고가 1천억달러를 넘어선 중국은 이를 위해 러시아 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을 계획이다. 중국은 또 이미 톈진에 대규모 조선용 도크의 건설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90여척의 잠수함(핵잠수함 6 척 포함)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 94년 이미 핵잠수함 전단을 창설 하는 등 특히 잠수함 전력 확충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중국에 맞서는 일본의 구상은 흔히 ‘8·8함대’로 불린다. 8·8함 대란 7천2백t급 이지스 구축함 두척에 유도구축함(3천t급 이상) 여섯척으 로 함대를 구성, 여기에 여덟대의 헬기를 탑재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무기로부터 안전하다”는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이지스 구축함은 미국과 일본이 합작으로 만든 것으로 현재 미·일 두 나라만이 보유하고 있다. 이지스함의 전투력은 기존 구축함의 8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일본해군의 8·8함대는 아시아에서 경쟁상대를 찾기 어려운 천하 무적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일본의 해군력 증강계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본해군은 지난 96년 11월 건조한 8천9백t급 대형수송함 오스미호를 건조해 98년 3월 정식배치 할 예정이다. 건조비만 5백억엔(한화 3천7백50억원)인 이 수송함에 대해 일본쪽은 군수물자·인력 수송용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송함이 유사시 48시간 이내에 활주로를 깔아 항모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일본은 이와 별도로 2000년대초 1만6천t급 경항모를 확보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 8월10일 인도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항공모함을 보유한 타이도 빼놓을 수 없는 해군력 강국이다. 타이 해군이 보유한 차 크리 나루베 항모는 1만1천5백t으로 씨해리어기를 8대, SH-70B 헬기를 6 대 실을 수 있으며 1만 마일을 항해할 수 있다. 타이가 지난 92년 스페인 브라산사에 주문한 이 항공모함의 금액은 71억바트(2억2천5백만달러)다. 타이는 이 항모 보유로 98척에 이르는 자국 전함의 활동반경을 크게 넓힐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1백12척을 보유한 베트남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96척, 필리핀 87척 , 말레이시아 53척 등 아시아 각국의 전함수는 전함 44척을 보유한 한국 해군보다 많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조차 35척의 전함을 갖추고 있다 .

아시아 각국의 이런 해군력 확충 노력은 이 지역의 급속한 경제적 성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 지역의 무기수입은 세계 재래식 무기시장의 43%를 차지한다. 이 추세대로라면 2020년에는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이 임박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바다의 경제적 이 용가치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국립해양연구소 함자 박사는 “각국은 증강 된 해군력을 불법 어로 방지 등에 투입한다”고 지적했다.

해양 영토 분쟁은 이제 화약고인 동아시아와 함께 뉴펀들랜드(캐나다 동 해안의 영국섬) 해안, 북해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각국의 민족주의적 성향으로 인해 해군력 사용이 눈에 띄게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이런 민족적 성향은 이 지역의 ‘신뢰 구축장치’를 심각하게 위협해 지역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게 함자 교수의 평가다.

아시아 각국의 해군력 강화, 특히 중국과 일본의 해군력 확대에 대응한 우리 해군의 전략은 ‘전략적 균형추’론이다. 우리의 국력이나 현재의 해군력으로는 중국이나 일본에 ‘1 대 1’로 맞설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 두 강대국 중 하나가 지역패권을 노리며 우리의 안보를 위협할 경우, 다른 한쪽과 연계해 이를 저지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일정 수준의 해군 력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우리 해군의 고민은 있다. 경항모 건설 등 대양해군 육성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우리 해군이 이런 ‘전략적 균형추 ’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보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2일 제 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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