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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덮친 인터넷 열풍

(사진/프랑스에서 미니텔시대가 막을 내리고 인터넷시대가 열리고 있다. 조스팽 정부는 인터넷 대중화를 위해 모든 학교에 멀티미디어를 공급하기로 했다.)

“도대체 무엇을 수리(생쥐라는 뜻; 마우스)라고 부르는 거지?”


정보화 선도한 인터넷 한계 봉착

그간 인터넷 후진국이라는 오명에 시달려온 프랑스가 공세적인 정보통신 대중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장려함은 물론이고 정보산업에서 일 대혁신을 다짐하고 있다. 이 거대한 작전의 총지휘를 맡은 사람은 리오넬 조스팽 총리이다. 조스팽 총리는 지난 8월25일 정보통신분야 전문가들의 연수강좌인 제18차 커뮤니케이션 대학 개강연설에서 “오늘날 정보통신산 업은 자동차산업보다도 더 중요하다”면서 정보선진화를 위해 프랑스의 현 미니텔 시스템보다 인터넷 대중화에 역점을 둘 것이라는 중대(?) 발표 를 했다. 지금까지 인터넷을 불신한 프랑스 정부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며 , 정보통신정책에서의 일대혁명을 예고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불과 90년대 초만 해도 대중정보통신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 였다. 이미 1980년에 미니텔(Minitel)이라는 단말기를 개발해 대중정보통 신망을 가장 먼저 구축한 나라가 바로 프랑스다. 이 미니텔 단말기는 간 단한 작동으로 주소·전화번호 찾기, 표 예매, 통신 주문판매, 각종 정보 , 뉴스 속보 등 많은 정보를 다룰 수 있다. 그래서 이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그간 모든 회사, 공공기관은 프랑스 텔레콤이 관장하는 미니텔 체제를 갖추었다. 미니텔 단말기가 전국적으로 6백만대가 보급된 것만 봐 도 프랑스 정보통신체계에서 미니텔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미니텔은 90년대 초에는 미국으로 수출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미니텔은 곧 후발 주 자였던 인터넷에 따라잡혔고, 급기야 전국적인 통신망 미니텔은 인터넷 보급을 저해하는 최대의 장애물이 되고 말았다.

미니텔과 인터넷 사이에서 고민해온 프랑스 정부는 미니텔을 고집하면서 인터넷 대중화에 주저해 왔다. 미니텔은 그 범위가 프랑스 국내에 제한되 며 정보 처리량이나 속도 등에서 인터넷에 훨씬 뒤질 뿐만 아니라 사용 요금이 턱없이 비싸다. 따라서 국내요금으로 국제적 정보망에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과의 경쟁은 애초부터 결과가 뻔한 싸움이었다. 가령 미니텔 을 이용해 AFP통신 속보를 보는 경우 1분에 3백원 이상을 내야 하지만 같 은 요금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면 30분이나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프랑스 정부는 특유의 자존심과 반미 민족주의를 내세워 인터넷을 매도했다. 인 터넷의 대중화로 미국에 정보종속화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던 것이다. 하지 만 프랑스 정부의 진짜 고민은 미니텔을 포기하고 인터넷을 도입할 경우 감수해야할 엄청난 재정적 부담에 있다. 정부가 그동안 천문학적으로 투 자해온 미니텔 체계가 순식간에 증발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원래 기계 만 지기보다 책 읽고 토론하기를 좋아하는 프랑스 지식인의 정서가 인터넷을 거부하는 것도 인터넷 보급의 커다란 저해요인이었다.

그간 국회도 아예 좌우 정쟁과 함께 미니텔파와 인터넷파로 갈려 격론을 벌여왔다. 이런 묘한 시점에서 조스팽 총리가 미국의 정보망인 인터넷을 따라잡기 위해 인터넷을 더욱 대중화시켜야 한다는 파격적인 카드를 내세 운 것이다. 아울러 조스팽 정부는 이번에 인터넷 대중화를 위해 교육 문 화 상업 기업 공공서비스 입법 등 여섯가지 분야로 나눠 획기적인 정보통 신정책안을 발표했다. 정보통신정책안은 모든 학교에 멀티미디어를 보급 하는 등 인터넷 교육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공공도서관·박물관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 개설, 모든 신문, 잡지가 인터넷에 올라올 수 있게 정부 가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상업·교역 분야에서 정보 통제를 완 화시키고 정보관련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체를 대폭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 겨 있다. 이러한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정보통신 관련 법안을 재정비하고 공공부문의 정보를 인터넷에 개방해 행정이나 민원처 리도 인터넷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가령 소득세 등 세무관계 신고도 집에 서 인터넷으로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 면서 조스팽 총리는 세계적으로 정보부국과 정보빈국간의 격차가 심해지 는 가운데 정부가 정보통신대중화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뉴딜정책적 논리를 거듭 강조했다. 또 의회차원에서는 인터넷의 열렬한 주창자인 파트리스 마르탱-라랑드 의원이 1백34가지 제안을 포함 한 인터넷 보고서를 제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박사 학위논문을 인터넷에 올리고 모든 공무원에게 인터넷 메일주소를 주어야 한다는 등의 획기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


의회도 갑론을박, 대세는 인터넷

국영 프랑스 통신(France Tl com)은 내년 초에 저렴한 가격의 미니텔 겸 용 인터넷 단말기를 대량으로 보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 스 통신’은 유럽 최대 규모인 데다 최첨단기술을 보유한 통신업체로 평 가되고 있어 프랑스 통신이 본격적으로 인터넷시장을 공략하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또다른 통신장비업체인 알카텔(Alcatel )사는 이미 지난 6월에 웹폰이라는 최신 인터넷 단말기를 선보여 인터넷 단말기 시장을 둘러싼 시장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백∼ 2백원 이상 하는 컴퓨터를 사지 않아도 30만∼40만원대의 이 간단한 인터 넷 단말기만 있으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서 인터넷을 미니텔이 나 전화기처럼 대중화하겠다는 것이 조스팽 정부의 구상이다.

이제 프랑스에도 미니텔 시대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가 열 리고 있다. 인터넷 후발 주자 프랑스가 조만간 정보 선진국으로 급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파리=최연구 통신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2일 제 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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