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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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아이들 가운데 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아 이들이 많다. 아프다고 뒤척일 때 엄마손은 약손이라며 다리를 주물러주 면 아이들은 금방 꿈나라로 간다. 소아과에 가자니 아침에는 멀쩡해 보이 고, 그냥 보고 있자니 나중에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닌가 고민되기도 한다. 키가 크느라고 다리가 아픈 것이라는 주위의 말을 들으면 위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 것이 엄마의 마음이다.
다리 아픈 것은 머리 아프고 배 아픈 것과 더불어 아이들이 가장 흔하게 아프다는 것 가운데 하나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언제부터인지도 모르 게 아이가 툭하면 다리 아프다는 말을 하고 주물러주면 좋아한다. 팔도 함께 아픈 경우가 있다. 밤이 되면 아프다고 칭얼대던 아이가, 낮에 놀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신나게 놀다가 다시 또 밤이 되면 아프다고 한 다. 한동안 뜸하다가 잊을 만하면 다시 아프다고 하기도 한다. 걱정이 돼 서 소아과에 데려가면 고민스러운 엄마의 마음과는 달리 특별히 해주는 것도 없이 괜찮다고 하며 주물러주라고만 한다. 그러다가 세월이 지나면 다리 아팠다는 것조차 잊어먹는다.
이것이 가장 흔한 경우이고 이른바 성장통이라 부른다. 성장통은 이름과 달리 성장 그 자체가 원인은 아니다. 원인은 몰라도 큰 문제없이 시간이 지나면 다리 아픈 것이 없어지는 경우를 통칭해서 부르는 이름이다. 다른 문제가 없는 성장통일 때는 다리를 잘 주물러주고 따뜻한 물찜질을 해준 다. 심하게 아플 때는 따뜻한 물에 목욕을 시키고 타이레놀과 같은 진통 제를 먹이면 호전된다.
하지만 다리가 아프면 다 성장통이고 문제가 없는 것인가 하면 그런 것만 은 아니다. 성장통이 아니더라도 그냥 둬도 좋은 것부터 당장 의사의 진 료를 받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큰일이 나는 경우도 있다. 골수염이나 류 머티즘성 관절염, 감기 뒤에 생기는 고관절염 등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 한 병에 걸려도 다리가 아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가 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여태껏 멀쩡하던 아이가 갑자기 다리가 아프다면 다른 이상이 있는 경우도 있으 니 일단 아이의 옷을 다 벗긴다. 그 다음, 다리에 다친 곳이나 멍이 든 곳, 다리에 부은 곳이나 발갛게 변한 곳, 임파선이 부은 곳이 있는지 확 인해야 한다. 얼마 전 아이가 발바닥에 염증이 생겨 아파했는데도 발이 곪도록 엄마가 몰랐던 경우도 있었다.
눈으로 보기에는 멀쩡해도 바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밤에 아프다고 하던 아이가 낮에도 아프다고 하거나, 열이 나거나, 주물 러주면 더 아파하는 경우는 성장통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특정한 부위가 많이 아프거나, 아프다는 부위를 눌러서 더 아프거나, 다리를 절면 적신 호로,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바로 받아야 한다.
다리가 아프다고 말만 해도 만사를 젖혀두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잘 걷고 잘 놀고 외관상 아무런 이상이 없고, 만져주 면 좋아하고 다른 증상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좀 기다려볼 수 있다. 다리 가 아프다고 할 때 정확한 이유를 모르면 진통제도 함부로 먹여서는 곤란 하다. 아프다는 것은 병의 한 증상일 수 있으므로 아프지 말라고 진통제 를 자꾸 먹이면 골수염이나 류머티즘성 관절염 등의 진단이 늦어질 수도 있다. 소아마비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데 최근에 우리나라에 서 발생하지 않고 있으니 그런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
다리가 많이 아프다고 할 때는 바로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처음에 는 의사도 정확한 원인을 밝힐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다른 병이 있는 것을 시간이 지나서야 알 수도 있기 때문에 성장통이라는 진단을 받았더라도 계속 아프다면 다시 가서 진찰받는 것이 좋다. 전에 성장통이란 진단을 받았던 아이라고 해서 다리가 아픈 다른 병에 걸리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아이 셋을 키우면 반쯤 의사가 된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하 지만 다른 집 아이가 다리가 아프다고 할 때 성장통일 거라는 이야기를 함부로 해서는 곤란하다.
하정훈/ 소아과 전문의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2일 제 17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