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시내기

입는 양말, 숨쉬는 구두

혹시 정장 차림에 흰 면양말을 신지는 않으십니까? 아주 드물겠지만 아직 도 양복 차림에 흰 양말을 신고 거리를 활보하는 남성들을 발견할 수 있 다. 대개의 남성들이 양복을 입을 때 셔츠, 넥타이, 구두까지는 패션 포 인트로 인식하고 있지만, 양말이 얼마나 중요한 패션 아이템인가는 잘 모 르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 만난 적이 있는 어떤 스포츠센터의 사장은 전직이 남성복 패션모 델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세련된 용모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 패 션 감각을 가진 멋진 남성이었다. 그런데 같이 커피를 마시다가 우연히 그의 발목 부분이 나의 시선에 들어왔다. 진한 회색의 양말까지는 좋았는 데 양말 목 부분이 구두쪽으로 흘러내려 다리살이 눈에 비친 것이다.

바지와 양말, 구두가 자연스럽게 흐르듯 연결되면 발목 부분에 결코 상대 방의 시선이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양복과 양말, 구두가 따로 노는 경우 가 되면 다리가 더욱 짧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일단 촌스럽다. 알맞 은 양말의 길이는 종아리 약간 위까지 올라가야 의자에 앉았을 때 바짓단 사이로 맨살이 보이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또한 비교적 다리가 짧은 동양 인들에게는 반드시 바지색과 구두색을 연결해주는, 즉 비슷한 색조의 양 말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말을 신는다기 보다 입는다고 생각하면 좀더 조심스러워지지 않을까.

남성패션의 ‘마감’은 구두다. 아무리 비싼 양복을 잘 차려 입어도 구두 뒤축이 닳아 있거나 먼지라도 묻어 있다면 그 사람의 스타일은 구겨지고 만다. 신발은 원래 발을 보호하기 위해 신기 시작했지만 점차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물이 돼 왔다. 기업체의 면접시험에서 어떤 면접관 은 응시자의 구두를 유심히 관찰하기까지 한다. 패션의 마감이 구두이므 로 어떤 일을 맡겼을 때 마무리를 얼마나 잘하느냐의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따라서 얼굴만큼이나 구두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구두의 색은 양복보다 옅은 색상의 것은 신지 않는다는 법칙이 있다. 검 정색 구두는 필수이며, 갈색 구두도 기본으로 갖추면 무난하게 신을 수 있다.

가죽은 습기를 흡수하므로 일단 한번 신은 구두는 적어도 하루 이상 말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 켤레를 계속 신고 다니기보다는 미리 두 켤 레를 준비해 번갈아가며 신는 편이 훨씬 낫다.

정연아/ 표정연구소 소장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