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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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취업난은 대학을 하나의 취업 학원이나 대기소로 전락시켰다. 대 학생들이 너도나도 해외 어학연수나 배낭여행에 나서는 것은 그 좋은 예 다. S대의 ㄱ아무개(26·경제학4)씨는 “대학생들의 해외연수가 늘어나는 것은 국제화 추세에 맞춰 보다 폭넓은 경험을 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기업 들의 입사원서에 해외연수 여부를 묻는 항목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해 외를 다녀 온 학생들이 과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휴학이 늘고 있는 것도 취업난이 몰고 온 병리현상 중 하나. 일부 대학들 의 4학년 휴학률은 40∼50%에 이른다. 군 제대후 한 한기동안 휴학을 했 다는 K대 4학년 ㅇ아무개씨는 “8월 졸업생의 경우 2월 졸업생에 비해 취 업기회가 적은데다 취업준비도 덜돼 아예 휴학을 했다”고 말한다. 대학 원 진학도 취업을 위해 사회진출 시기를 늦추는 일종의 도피수단으로 변 질되고 있다.
중하위권 학생들은 서류전형에서 조금이라도 더 점수를 얻기 위해 물류관 리사, 정보처리기사 등 전공과 관련된 각종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H대 4학년 ㅊ아무개(25)씨는 “요즘 친구들과의 이야기는 취업과 관련된 내용 일색이고 정보전을 방불케 한다”고 말한다. 사회 첫발을 월 급쟁이 대신 아예 사업가로 시작하겠다는 소신파도 늘어 벤처동아리가 생 긴 대학이 불과 1년 사이에 10여개에서 90여개로 증가했다. 교수들에까지 취업난의 여파가 미쳐 기업들에 추천원서를 더 보내 줄 것을 요청하는가 하면 지방대의 경우 직접 기업체를 방문해 ‘학생 세일즈’를 하기도 한 다. 우수학생을 별도 선발해 컴퓨터, 어학교육 등 취업준비를 시킨 뒤 총 장이 직접 학생의 인성과 능력 등 ‘품질’을 보증하는 동국대, 전남대 등의 ‘취업 인증제’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2일 제 17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