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비정규직 위험한 증가

일반적으로 고실업은 가계수입을 줄여 민간소비를 위축시키고 이는 기업 의 수익악화로 이어져 연쇄도산으로 인한 실업의 악순환을 불러일으키는 한 고리가 된다. 이와 함께 각종 범죄의 증가와 근로자의 사기저하, 가계 의 파산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기도 한다. 특히 고학력 실업은 대학생 들의 졸업기피와 이들의 불만으로 학생운동을 과격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 기도 한다. 과격한 노동운동도 뒤따른다. 실업 못지 않게 비정규직의 증 가도 계층간의 위화감을 낳는 등 큰 부작용을 낳는다.

최근 노동시장의 유연화, 벤처기업의 적극적인 육성 등 정부의 경제회생 정책은 미국의 사례를 쫓아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실제로 미국은 해고가 거의 자유롭다고 해도 좋을 만큼 노동시장이 유연하다. 자유로운 대량해 고와 함께 적극적인 벤처기업 육성을 통한 고용창출정책으로 한때 10%에 육박하던 미국은 실업률이 현재 5%를 밑돈다. 경제도 완전히 활력을 찾았 다.

그러나 지난달 전미트럭운전사조합(팀스터스) 소속 노동자들이 보름 동안 벌인 파업은 미국 고용정책의 부작용을 그대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두드 러지는 것은 정규직 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의 임금격차다. 시간제 근로 자가 전체의 75%를 차지하는 이 회사의 경우 정규직은 가족수당 등을 포 함해 연간 5만달러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반면, 시간제 노동자들은 연 봉으로 환산해 1만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회사쪽은 “최첨단 장비의 등장으로 고학력 전문인력 대신 저학력 비숙련 노동자도 충분히 소화물배달과 운송업무를 소화할 수 있다”면서 지난 93 년 이후 고용한 4만6천여명의 노동자 가운데 80%를 시간제로 고용해왔다. 이들은 미국경제가 전후 최대의 호황을 누리는데도 그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미국 노동시장의 문제점은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전체노동자의 45%에 이른다는 통계는 조사과정에서 과대계상된 부분이 있 다고 하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15∼20%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그럼에도 정부가 추진하는 파견근로제는 제도를 합법화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이들에 대한 보호장치는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또 비정규직의 증가는 노동조합운동의 힘도 크게 약화시키리라는 것도 노동자들이 반발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정부의 정책이 실업문제 를 해소할 수 있을지 여부는 차지하더라도, 임금의 하향 평준화를 통한 고비용구조의 청산이 아니라 오히려 대기업/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정규 직/비정규직 사이의 격차로 옮겨갈 뿐이라는 우려는 과연 기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