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초점

“이 대표 정신차리소”

(사진/9월22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신한국당 초선의원 모임. 이 대표 주변의 보수세력을 겨냥한 비난이 비등하다.)

“이 대표가 요즈음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방향을 못잡고 헤매는 것 같아요.” “보수대연합이다, 내각제다, 김종필 총재와 연대다 뭐다 떠드 는데 그런다고 이 대표의 지지표가 많아집니까?” “이회창의 상표가 뭡 니까. 바로 개혁성 아니예요. 자기 본연의 모습을 버리고 자기가 아닌 쪽 으로 자꾸 가니까 이회창의 정체성은 없어지고 국민들은 더 실망하는 것 아닙니까.”


정강정책 손질 재검토 요구

9월22일 신한국당의 개혁적인 초선의원들의 모임에서 터져나온 말들이다. 이우재 김문수 이신범 홍준표 맹형규 권철현 의원 등 개혁을 지향하는 20 여명의 초선의원들이 이날 모임을 가진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당 지도부 특히 이 대표가 최근 들어 보이고 있는 지나친 보수 회귀 움직임 때문이 다. 홍준표 의원은 “진작부터 우리 목소리를 내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그동안은 이런 모임이, 그러잖아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대표에게 타격 이 될까봐 참아왔다”며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지경에 이 른 것 같다”며 모임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 결의문에서는 물론 후보인 이 대표를 직접 공격하거나 비판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 후보가 주창하는 선진, 통일한국 건설을 위 한 대통합정치의 본 뜻을 왜곡시키는 일부 움직임”이라고 규정해 이 대 표 주변의 보수세력을 겨냥했다. 대통령 후보인 이 대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가 엿보였다.

그러나 이들 초선의원들은 “현재 당이 보수대연합의 방향으로만 일방적 으로 흐르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것과 국민의 직접적인 권력창출 기회를 박탈하고 정경유착을 가속화하는 내각제 개헌 움직임에 반대한다 ”며 내각제를 매개로 한 보수대연합 구상을 정면에서 비판했다. 이들은 나아가 “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정치적 명분없는 야합이라고 비판했던 것 은 내각제를 전제로 한 것이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중심제 당론의 유지 를 천명했다.

김덕룡 의원계 의원 10여명도 같은날 아침 조찬모임을 갖고 당내 일각의 내각제 개헌을 매개로 한 보수대연합 구축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모임에서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한 보수대연합 움직임 은 정권재창출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정치와 역사를 후퇴시키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당헌 개정 작업을 하면서 당 지도부가 정강정책에 있는 ‘역사바로세우기 ’ 문구와 ‘금융실명제’ 부분을 빼거나 수정하려는 데 대해서도 민주계 를 중심으로 당내 개혁세력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출신의 초선 의원은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파동 때부터 당의 골간인 정강정 책의 후퇴를 예측하기 했지만 이 정도까지 나갈 줄은 몰랐다”면서 “이 대표는 역사를 거꾸로 돌리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정강정책의 손질을 신중 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계의 3선 의원도 “이 대표 가 지금 할 일은 보수일변도의 정책이나 인물 영입이 아니라 변화와 개혁 을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개혁적인 인물을 포용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해에서 비롯”내부진화 나서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내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9월22일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제기한 대통합의 정치가 마치 내각제를 수용, 정략적으로 보수대연합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좁게 해석되 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고 전제한 뒤 “선거에 이기기 위한 정략으로 내 각제 개헌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구시대 정치의 전횡이며, 정치적 야합” 이라고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한 보수대연합 추진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 명히 했다. 그는 이어 “정강정책에서 ‘역사바로세우기’와 ‘대통령중 심제’라는 용어를 삭제한다는 것은 나의 뜻이 아니며, 특별한 사유가 없 는 한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과 함께 보수와 개혁의 균형맞추기라는 또다른 과제를 이 대표가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주목된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2일 제 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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