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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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한인 및 종군위안부들의 삶이 일본인 감독에 의해 기록영화로 만들어진다. 마에다 겐지(61) 감독이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된 한인과 종 군위안부들의 증언을 채록해 제작중인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백만인의 신 세타령>.
“대부분 나이가 70세 이상이어서 언제 돌아가실 줄 모릅니다. 지금이라 도 그분들의 증언을 채록하고 기록해 두지 않으면 영영 역사의 진실은 사 라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마에다 감독은 왜 한국인도 소홀한 강제징용 한인이나 위안부의 비참했던 삶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것일까. 그는 자신이 철저한 기록영화 감독임을 주장한다. 사실을 좇는 기록영화를 만들다보니 자연스럽게 일본 내 재일 한국인의 차별상이 눈에 들어왔고, 이들의 고통이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지 침탈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93년 ‘하늘’ 프로덕션을 만들고, 교수·시민 등 25명의 자문단을 구성했다. 지난주 한국에 온 그 는 서울·경기지역에서 7명의 위안부 할머니와 1명의 강제징용자를 면담 하고 전라남북도 지방에서도 10여명을 인터뷰했다. 모두 1백명 이상의 증 언을 채록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마에다 감독은 일본 내에서 위안부나 강제징용 한인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데 반감이 무척 심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제작비용도 각자 자기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점점 보수화하는 일본사 회가 자신의 작품을 외면해도 진실을 남기고 싶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 다. 그러나 지난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있었던 정신대대책협의회의 수요집회는 실망스러웠다. “많은 군중을 예상하고 현장에 갔는데 시민과 위안부 할머니는 10여명에 불과한 데 비해 전투경찰의 숫자가 훨씬 많아 쓸쓸하고 허전했습니다.”
마에다 감독은 한국이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한을 품고 평생을 살 아온 분들에게 너무 소홀하다는 느낌을 떨어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 말에는 위안부문제 등이 정작 한국 내에서도 희석되는 것 같다는 질책이 담겨 있었다.
김창금 기자/ 한겨레 문화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25일 제 17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