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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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 9월7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국민후보' 추대식. 올초 총파업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대중응집력이 또 한번 불붙을 가능성이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가진 자들의 대통령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대통령이 되겠다.”
1백70여개 시군구 운동주체 꾸려
대선 이후 진보적 개혁정당을 창당해 내년 지자체선거, 그리고 98년 총선 으로 이어지는 정치일정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출발점이 될 이번 후보 추대로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꾀하고 있는 진보민주진영의 정치실험은 본궤도에 올랐다.
민주노총은 9월5일 제7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권 위원장을 대 선 후보로 추대했다. 조직불안과 준비부족을 내세워 권 위원장의 출마에 비판적이었던 일부의 목소리도 후보출마라는 큰 물줄기에 합류해 대선에 인적 물적 역량을 최대한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노동조합이 단일한 정치 적 결정 아래 뭉쳤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한국사회의 중요한 변화로 받아들여질만 하다. 민주노총은 이와 함께 이날 기업부도시 퇴직금 전액 변제, 정리해고제 철폐, 경제민주화 관철을 위해 9월 말까지 최대한 모든 산하 노조가 총파업투쟁을 결의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과 함께 전국연 합도 지난 9월4일 제2차 중앙위원회를 열어 역시 권 위원장을 국민후보로 추대해 진보민주진영의 단일대오를 이뤘다.
애초 국민승리21은 국민경선제를 통해 국민후보를 선출할 계획이었으나 후보로 거론되던 조순 서울시장과 이부영 의원 등의 경선가능성이 사라져 권 위원장의 추대로 쉽게 낙착됐다. 또 조순 시장의 출마로 대선구도가 4 강대결로 너무 빨리 굳어지면 안 된다는 이유도 후보 조기추대 논의에 힘 을 보탰다. 언론을 통한 발표보다는 민주노총의 내부 정비를 더 중요하게 여겨 신중한 자세를 보이던 권 위원장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국민승리21의 당면한 과제는 지역지부 건설. 2백60여개의 전체 시군구 가 운데 1백70여개 시군구에서 국민후보운동 주체들이 나왔다. 특히 총선이 나 지자체선거에서 민족민주운동진영 후보가 선거운동을 한 경험이 있는 곳에선 조직화가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울산시, 경남 남 해군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에서는 민주노총과 농민회, 청년회, 지역민주 단체 등이 뭉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앞으로 권 위원장은 전국순회간담회 등 강연회를 통해 후보로서의 행보를 시작할 계획이다. 부문운동에서는 여성, 청년 등이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대학생 자원봉사단도 조직되 고 있다. 정치적인 주장으로 나눠 보면 21세기진보학생연합과 민족해방(N L)진영의 사람사랑학생회 계열이 국민후보 움직임에 적극적이다.
정당 만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민주노총의 계획은 가장 적극적이다. 민주노총은 각 조직별로 전현직 임 원 및 간부 1명 이상을 지역의 국민승리21에 상근자로 파견하고 10만명의 정치실천단을 꾸리기로 하는 등 산하조직의 인적 역량을 최대한 집중할 예정이다. 또 10월 초순까지 정치사업기금으로 최소 25억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의 활동여부에 따라서는 올초 총파업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대중응집력이 다시 한번 불붙을 가능성도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그러나 국민후보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먼저 일부 동요층이 생겨 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애초 국민후보를 지지하는 태도를 보인 이들은 현재의 제도권 야당으로는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전제에 따라 '국민후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여권의 분열 가능성이 높아지고 여론조사 결과마다 야당후보가 연이어 1위를 하고 있어 전제가 바뀌고 있 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회의와 지지기반이 겹치는 전남 광주지역에서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애초 국민후보로 조순 시 장을 염두에 뒀던 이들 역시 동요하고 있다.
무소속의 선거운동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통합선거법도 문제다. 국 민승리21의 한 관계자는 “통합선거법이 무소속 후보의 운동을 포괄적으 로 금지하는 내용의 악법이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5천명 이내의 추천 인 모집외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소한의 요건만 갖춰 정당 등록을 하자는 주장도 불거져나와 있는 상황이다. 편의적인 발상이 라는 내부비판 때문에 이 주장은 일단 물밑으로 가라앉았지만 실제 선거 운동이 시작되고 무소속의 한계를 뛰어넘기 힘들다는 판단이 대세로 굳어 지면 창당과정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쉽게 만들어졌다가 도 선거 끝나면 금방 사라지는 이른바 ‘포말정당’이라는 선입견을 국민 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쉽게 추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 인다.
“JP보다는 표 많을 것” 자신
국민승리21은 선거운동의 전 기간을 통해 기성정치권들과의 차별성을 가 장 큰 무기로 삼을 계획이다. 국민승리21 유기홍 대변인은 “심화되는 경 제상황의 악화는 모든 봉급생활자들에게 생존권적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기성정치권 어디도 이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며 “게다가 기성정당들은 대선 표만을 의식해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 령들의 사면을 거론하고 금융실명제를 부활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 했다. 그는 이에 대해 “국민승리21은 보수일변도의 정치구도 속에서도 꿋꿋하게 진보와 개혁의 목소리를 낸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 예를 들어 기성정당들이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는 동안에도 수십억원을 모금해 광범위한 국민들의 참여를 이뤄낸 민주노총과 전국연합의 북한동 포돕기운동을 계속해나간다는 것 등이다.
국민승리21은 득표수에는 관심이 없다는 공식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 은 내부적으로 “JP보다는 많은 얻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 당장 한가위 직후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일 것이라고 장 담하고 있다.
김창석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25일 제 17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