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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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기아사태 개입을 입증하는 증거로 폭로돼 파문을 일으킨 ‘신수종 사업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 보고서를 둘러싸고 삼성이 ‘기아의 역음모 론’을 제기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아는 신수종 보고서가 삼성의 기아인수 음모를 확인시켜준 증거라는 입 장이지만, 삼성은 오히려 보고서 유출경위를 조사한 결과 김선홍 회장이 기아사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지렛대로 삼성을 악용한 사실이 드 러났다는 주장이다. 삼성의 이런 주장은 기아그룹이 신수종 보고서가 언 론에 보도되기 하루 전 한 야당 국회의원에 제보한 사실이 드러난 데 근 거를 두고 있다. 서울을 지역구로 하는 국민회의 소속 한 초선의원쪽은 “문제의 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되기 하루 전인 8월21일 기아사태에 대한 자료를 얻기 위해 기아를 방문했을 때 회사 관계자들이 신수종 보고서의 존재를 알려주면서 다음날 갖다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확인했다. 기아는 약속대로 8월22일 의원사무실로 찾아와 신수종 보고서를 전달했다. 국민 회의 의원쪽은 그러나 자신들이 언론에 신수종 보고서를 넘기지는 않았다 고 말했다.
삼성은 기업의 내부문서를 유출시켜 악용한 것은 외면하고 내용만 문제삼 는 것은 ‘삼성=기아를 인수하려는 악의 세력’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기아사태를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불만이다. 또 신수종 보고서가 삼성의 기아인수 음모를 입증하는 증거로 단정짓는 것도 보고서의 본질을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문제의 보고서는 일 본이 세계시장에서 과점생산하고 있는 품목 중에서 우리가 할 만한 것이 없는가를 찾아 신수종사업으로 육성하자는 취지로 1년 반 전부터 미국과 일본의 연구기관들에 용역을 주면서까지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만든 것 ”이라면서 “기아관련 부분은 실무직원이 뒤에 사족으로 붙인 것으로 타 당성이 없다고 보고 팀장선에서 기각해 정식자료에서는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또 현실적으로 기아를 가져가라고 해도 그럴 수 없는 처지라며 기 아를 인수할 뜻도 여력도 없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삼성의 고위 관계자는 “삼성이 연간 50만대 생산규모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후발업체 로서 BMW나 혼다처럼 양보다는 질로 승부한다는 차별화전략을 가지고 있 기 때문”이라면서 “자동차산업은 연산 수백만대 이상의 생산규모를 갖 춰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요한 것은 기업문화로 삼성이 자동차산업의 기반을 착근하기 도 전인 지금 기아차를 인수한다면 그 공장에서 나오는 차는 삼성차가 아 니라 기아차에 불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25일 제 17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