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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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인 추석이다. 추석이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고향을 찾기 때문에 도로는 곳곳마다 주차장이 된다. 길이 막히면 평소보다 몇배의 시 간이 걸리기 때문에 차를 타고 아이들과 함께 고향을 간다는 게 여간 힘 들지 않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떼놓고 갈 수는 없으니 부모로선 난감하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귀향길에 아기를 동반할 때는 무엇보다 아기가 장거리 여행이 가능한가부 터 생각해야 한다. 아기가 적어도 3개월은 돼야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 고 5∼6개월은 돼야 장거리 여행을 해도 무리가 되지 않는다. 물론 그 이 전에도 꼭 가야 한다면 할 수 없지만 어릴수록 장거리 여행이 무리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자. 어른들이야 고향 가는 길이 즐겁기만 하지만 아이 들에겐 즐거움보다 고통이 앞선다. 부모는 아이를 생각해 힘들지 않더라 도 한시간 타고 10분 정도는 쉬는 것이 좋다. 멀미가 심한 아이에게는 출 발 30분 전에 어린이용 멀미약을 먹이면 효과적이다. 아이가 멀미를 하면 자주 쉬고 창을 열어 환기를 자주 시키고 출발 직전에 음식을 먹이지 않 는 게 좋다.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다닐 때는 꼭 카시트를 사용해서 뒷좌 석에 앉혀야 한다. 9kg 이하의 아기에게는 영아용 카시트를 사용해서 차 뒤를 바라보도록 앉히고 9kg이 넘는 아기는 앞을 향해 앉게 한다. 길이 막힌다고 아이들을 그냥 앉히거나 안고 타서는 안 된다. 길이 막힐 때 운 전석에 아이를 안고 운전하는 모습을 간혹 보는데 절대로 안 될 일이다. 길이 막히면 오도 가도 못한다. 가는 중에 필요한 것을 구할 생각을 하지 말고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음료나 간식거리 나 대변을 봤을 때 엉덩이를 씻을 물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장난감도 가 지고 가면 보채는 아기를 달래기 좋다. 평소에 아기가 좋아하는 음악도 준비해 들려주는 것도 아기의 지루함을 줄여 줄 수 있다. 하지만 신난다 고 음악을 크게 틀면 아기가 불편할 수도 있으니 아기에게 맞게 소리를 조절해야 한다. 아기들이 밖에 나오면 흥분해서 너무 노는 경우도 있는데 아기는 평소보다 잠을 좀더 자는 게 좋다. 운전대를 잡으면 입이 험해지 는 부모도 있는데 아기가 보고 배우니 조심하기 바란다.
차 안은 밀폐된 공간이므로 덥다고 에어컨을 너무 많이 틀어도 안 된다. 여행 중에는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이므로 공기가 썰렁하면 감기 에 걸리기 쉽다. 바깥 온도와 5도 이상 차이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에 어컨은 공기 중의 습기를 제거하므로 어린 아기가 있으면 차 안에 젖은 수건을 널어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물을 평소보다 더 많이 먹이고 창을 열어 자주 환기를 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차 안에 오래 있으면 아이들은 이것저것 집어먹는 게 많아진다. 일단 침 이 묻은 음식은 바로 상할 수 있기 때문에 먹을 만큼 덜어 주고 먹다 남 은 우윳병을 다시 빨려서는 안 된다. 아기가 한번이라도 빨아먹은 우윳병 에는 균이 들어가 30분이 지나면 벌써 변질되기 시작한다. 소풍가는 기분 으로 김밥 같은 것을 싸 가기도 하는데 5∼6시간 이상 지나서 먹이면 안 된다. 여행 중에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할 때는 세균성 장염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사제를 함부로 먹여서는 안 된다. 설사란 나쁜 것을 내보 내는 것인데 지사제를 먹여 나쁜 것을 못 내보내면 상태가 갑자기 더 나 빠질 수도 있다. 심하지 않는 경우 약을 먹이지 말고 보리차나 전해질 용 액을 먹이는데 그런 것이 없을 경우는 이온 음료를 먹여도 좋다. 심한 경 우는 당연히 밤중이라도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상비약에 대한 문의가 많다. 사실 여행갈 때 상비약은 해열제 하나면 족 하다. 다시 말하지만 여행지에서 아이들에게 지사제를 상비약으로 사용해 서는 곤란하다. 여행 중에라도 아이가 많이 아프면 당연히 병원에 가야 한다. 응급실은 추석 연휴라도 문을 연다. 그러니 고향 갈 때 의료보험증 은 꼭 챙기자.
하정훈/ 소아과 전문의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25일 제 17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