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표지이야기

"9월은 대세론 확산의 달"

(사진/국민회의 창당 기념식에 함께 참석한 양 김총재. 국민회의는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DJ 지지도가 40%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 승부는 사실상 9월에 결판난다.”

국민회의가 한가위 명절을 전후해 김대중 후보의 대세론을 전국적으로 확 산시키는데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민회의 대선기획본부는 내부적으로 9월 한달을 ‘대선 승리 확정의 달’로 정해 놓고 있다. 현재 지지도 1위를 유지하며 완만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현 추세를 9월 한달 동안 지속시킬 수 있다면 오는 12월 대선 승리는 떼논 당상이나 마찬가지로 보기 때문이 다.


“역대 대선 중 가장 해볼 만하다”

국민회의가 9월에 ‘모든 것’을 거는 이유는 바로 선거일 두달 전에 대 선 승부의 윤곽이 드러난다는 과거 선거경험에서 비롯된다. 여론조사 전 문가들도 대선후보 구도가 정착되는 9월에 후보간 격차가 5%포인트 이상 벌어질 경우 역전은 쉽지 않다는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정치적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도 9월은 DJ에게 여러 가지로 호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최고 명절인 한가위가 9월 중순 에 자리잡고 있는 데다 DJ 지지도 상승의 일등공신인 TV토론회 등이 이달 에 집중적으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강세 를 보이고 있는 DJ 지지도가 한가위를 맞아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되고, TV토론회를 통해 2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 아예 'DJ 대세론'을 굳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9월에 열리는 정기국회 도 국민회의의 집권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상정하고 있다. 국민회의의 현재 분위기는 일단 낙관적이다. ‘이제는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충만해 있는 것이다. 사실 대선을 앞두고 야당후보가 여당후보 를 누르고 상당기간 지지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선거 역 사상 처음이다.

9월을 ‘대세론 확산의 달’로 잡은 국민회의의 전략은 한마디로 ‘지지 도 5% 더 올리기’로 요약된다. 지난 5월 DJ가 국민회의 대선후보로 선출 된 뒤 지지도가 꾸준히 상승해 ‘마의 25%’대를 넘어 1차 목표인 ‘30% 대’ 달성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데 이은 획기적인 새로운 목표 설정이다. 지지도가 최소한 35%대만 되면 어떤 식의 대선구도가 펼쳐지더 라도 독자적으로도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역대 대 선 중 여당후보가 가장 낮은 득표율은 보인 92년의 경우 당시 민정당 노 태우 후보는 34.4%를 얻어 당선된 전례가 있다. 현재의 대선구도가 당시 의 4자대결과 같은 다자구도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어 35%대 당선자도 충 분히 가능하다.


‘이회창 낙마’ 원하지 않는다

국민회의 기획조정실이 최근 내부적으로 작성한 대선전망 보고서는 ‘15 대 대선 필승요인’으로 △신한국당의 실정으로 인한 정권교체 열망 증폭 △TV토론에 의한 후보 검증절차의 도입 △지역대결구도의 약화 △색깔시 비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 △심각한 경제난 △여권의 분열이라는 6가지 요 인을 꼽고 있다.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은 “우리에게 매우 희망적인 것은 김 총재의 지지도가 1위라는 것뿐 아니라 그 내용도 아주 좋다는 것”이 라며 충청·강원·영남 등 과거 취약지역에서 의미있는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꼽았다. 특히 그동안 지지세가 약했던 여성 지지 율이 남성 지지율에 육박하고 있는 데다 저소득 계층뿐 아니라 고소득 계 층에서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회의는 매우 긍정적인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요소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지도 상승 가능성 을 보여주는 청신호라는 것이다. 국민회의 장성민 부대변인은 “김 후보 지지율 상승의 최대 기여자는 TV 등 매스미디어와 여성유권자들의 태도변 화”라며 “여성유권자들의 지지율이 남성유권자들의 지지율과 별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놀랍다”고 말했다.

국민회의가 대세론 확산의 최대 무기로 삼고 있는 것은 ‘준비된 대통령 론’이다. 총체적인 국정혼란에 빠진 나라를 구하려면 경험있고 준비된 인물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 ‘준비된 대통령론’은 ‘인물론’ 과 연결된다.

국민회의는 최근 전국 지구당위원장들에게 각 지역구에서 선거전을 치를 때 사용할 야전교본인 ‘홍보논리 자료집’을 배포해 ‘대세론의 전국화 ’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 자료집은 “정보화시대에는 유권자를 우리 에게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접근이 필요하다 ”고 홍보의 기본전략을 설명하면서 적극적인 ‘DJ 세일’에 나서도록 독 려하고 있다. 홍보의 기술에 대해서도 “안정을 바라는 국민의 일반적 보 수성향을 고려하고 상대방의 자부심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자세와 용 어를 피하라”는 구체적인 유권자 접촉요령까지 기술하고 있다.

국민회의가 의욕적으로 DJ 대세론 확산을 추진하면서도 가장 우려하는 것 은 현행 대선구도의 변화 여부다. 대선구도가 바뀌는 경우 그동안 공들여 온 DJ 지지도 상승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행 대선구도의 골격이 유지되면서 DJP 단일화를 이루는 것을 최선의 구도로 국민회의는 보고 있다. 현행 대선구도의 유지를 희망하는 이유는 이회창 후보가 추락한 지지도를 쉽게 만회하지 못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민 회의가 이 후보의 낙마를 원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도하면 안 돼” JP 다독다독

신한국당 일부와 자민련 등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보수대연합 연기도 국 민회의의 심사를 편치 못하게 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내부적으로 보수대 연합 구도를 차단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후보가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내각제를 전제로 보수대연합 을 추진할 가능성은 상존하는 변수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회창+김종 필의 보수대연합’에 조순 민주당 후보까지 가담하는 범보수대연합 구도 는 국민회의가 상정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 구도는 지난 90년 3당합당 에 이은 ‘제2의 호남 고립’이라는 악몽의 재현을 뜻한다.

국민회의가 최근 JP(김종필)의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한 대선 연기’ 주장에 대해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면서도 내부적으로 매우 긴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민회의는 이 대목에서 내각제 개헌만 된다면 여권과 손잡을 수 있다는 JP의 심중이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회의의 한 고위 당직자는 “JP는 여권 내 권력 창출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현 시점 이야말로 내각제를 전제로 권력개편을 추구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JP의 마지막 승부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국민회의의 대응은 ‘JP 다독거리기’이다. 안이한 대응으로 보이긴 하지만 달리 방안이 없다. 김 후보는 지난 9월5일 창당 기념식에 서 “단일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내각제 개헌을 수용할 용의 가 있으며, 자민련과 대등한 입장에서 공동집권에 합의할 용의가 있다” 고 말했다.

DJ가 DJP 단일화에 애타게 매달리는 이유는 단기적으로 보수대연합을 확 실히 차단하는 방안이라는 데 있다. 장기적으론 12월 대선 승리의 지렛대 로 작용한다. 국민회의는 DJP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DJ의 지지도가 40%로 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민회의 장성원 기획조정실장은 “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부동층이 크기가 매우 줄어들며 1위인 김대중 총재와 2위간 지지도 격차가 더욱 커지는 것 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로 미뤄볼 때 DJP 단일화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 지지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는 못 얻더라도 대세순응의 부동층으로부터 다른 후보들보다 월등히 많은 지지를 이끌어내는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TK를 끌어들여야 할 텐데…

보수대연합 구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국민회의의 또다른 전략은 TK( 대구·경북)세력 포섭작업이다. 최근 DJ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 제기도 TK세력을 끌어들임으로써 보수대연합을 사전에 깨뜨 리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DJ는 그동안 전·노씨의 사과가 전제된 ‘조 건부 사면론’을 주장해왔으나 최근에는 이른바 ‘용서론’을 내세워 조 건없는 전·노씨의 사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용서론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사과나 반성이 없더라도 일방적으로 용서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TK인사들의 집단영입도 추진하고 있다. 6공 당시 안기부 기조 실장을 거쳐 김영삼 정부 들어서 병무청장을 역임한 엄삼탁 재경 대구· 경북향우회장에 대한 영입작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JP가 단일화를 거부 하는 경우 자민련 내 TK 대표주자인 박철언 박준규 의원 등을 개별적으로 영입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TK만 끌어들일 수 있다면 설령 신한국당 과 자민련이 보수대연합을 구축하더라도 그 위력을 반감시키면서 ‘영· 호남 대연합’구도로 ‘보수대연합’에 맞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평적 정권교체를 목표로 9월중 DJ 대세론 확산과 보수대연합 구도 차단 을 이룬다는 국민회의의 ‘두마리 토끼 잡기’ 전략은 비단 정치권 뿐 아 니라 일반 유권자들에게도 지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김성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25일 제 1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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