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추적

스타와 몸값의 정글 법칙

(사진/출연 영화마다 흥행하면서 몸값이 한국 최고로 떠오른 한석규. 인기는 광고시장에서 최고의 대우로 직결된다.)

스타는 이 시대가 빚은 우상이다. 항상 우리 곁에 있지만, 천상 어딘가에 집을 두고 있는 듯한 신비감, 태생부터 다른 것 같은 천사의 미소와 정겨 운 이웃의 모습을 한몸에 지닌 이들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최고의 상품 이다.

소비자들은 스타가 제공하는 이미지를 소비하여 ‘동일시’와 ‘대리만족 ’이라는 효용을 충족하고, 직·간접적으로 돈을 지불한다. 이때 가격은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 이른바 ‘몸값’이라는 거다. 그리 고 그 효용 정도에 따라 몸값의 크기는 결정된다.


인기 상승기류 타면 몇억원대로 솟구쳐

최근 장안의 화제가 된 신성우-채시라의 파혼도 결국 몸값으로 표현되는 돈에 얽힌 주변다툼 때문이라는 게 냉정한 시각이다. 채시라나 신성우나 집안형편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특히 채시라의 경우는 연예생활로 번 돈으로 집안살림을 꾸려왔고, 연예수입이 일정궤도에 오른 뒤부터는 아버 지는 차를 몰고, 어머니는 매니저 역할을 담당하는 등 온가족이 그의 연 예활동 전면에 나섰다. 이들의 파혼 이면에는 두 사람의 사랑을 뒤엎을 만큼 부푼 자신들의 몸값 때문이기도 하다.

스타의 몸값이란 방송출연료, 영화출연료 등으로 자리매김되겠지만 특히 광고출연료는 냉정할 정도로 시세를 그대로 반영한다. 연공서열이나 경력 은 전혀 무시된다. 오직 지금 이자리에서 그가 얼마만큼 상품매출에 기여 할 수 있는가만이 고려될 뿐이다.

광고모델은 흔히 3가지로 계약방식이 나뉜다. 단발광고(CF 1회, 인쇄 1회 ), 가전속(CF 4회, 인쇄 4회인데 최근에는 2회씩만 하는 경우가 많아짐), 완전전속(다른 곳은 못하고 한 군데서만 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김 혜자와 제일제당과의 관계만이 유일한 완전전속 관계임) 등이다. 최근 가 장 잘 나가는 모델은 4억원 안팎이고(현재 최고가는 박찬호의 8억), 3억 원 이상 모델이 10여명 정도 된다(표 참조). 중간급은 3천만∼5천만, 신 인은 2백만∼5백만원 선이다. 하지만 드라마 한편이 떠 단번에 1억원으로 뛰기도 하는 곳이 이 바닥이다. 차인표는 무명시절 ‘위크엔드’ 1년 전 속에 8백만원을 받다가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성공으로 몸값이 8천만원 으로 단박에 10배가 뛰어올랐다. 3천만원대의 안재욱도 <별은 내 가슴에> 이후 3억대로 뛰어오른 경우다. <짝>에서 안재욱의 상대역인 이민영도 덩 달아 올라 1억2천만원에 광고출연 계약을 맺었다.

광고업계에서 좋아하는 연예인은 소비자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매일 접하 는 탤런트들이다. 가수들은 자유분방한 이미지 때문에 인기에 비해 광고 쪽에선 몸값을 낮게 매긴다. H.O.T 1억5천, 김건모 1억 정도가 고작(?)이 다. 광고계는 톱탤런트 몇 명이 장악하고 있다. 업계는 톱만을 원하기 때 문이다. 터프가이 최민수, 코믹 박중훈, 관록 안성기, 신뢰 한석규 박상 원, 섹시가이 정우성 이정재, 미남 배용준 등이 이미 하나의 세트처럼 형 성돼 있다. 몇년 전만 해도 터프가이 하면 최재성이었다. 그 이전에는 이 덕화였고. 하지만 같은 이미지의 더 인상적인 연예인이 나타나면 그는 자 리를 내놓아야 한다. 몸값은 한 달 간격으로 변하기도 한다. <임꺽정>의 정흥채는 출연 당시에는 억대를 호가하는 광고출연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1억에 미칠 수 없다는 게 광고업계의 진단이다. 출연 당시 드라마 이미지를 흐릴 수 없다며 광고출연을 삼갔던 그는 잘나갈 때 한몫 잡지 못한 어리숙한 연예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


2억5천만원 한석규, 영화판 최고 기록

광고모델료는 보통 20% 정도 부풀려 있고 심한 경우는 두배까지 부풀린다 . ‘누가 몇 억을 받고 무슨 CF에 나온다더라’라는 게 뉴스가 되는 세상 이니 더욱 그렇다. 계약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경우 스포츠·연예지 의 톱뉴스다. 신제품일 경우 이런 쇼킹 전략은 더욱 먹혀 들어간다.

그럼 톱모델은 과연 그만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건가? 광고업계의 전설처 럼 회자되고 있는 오리온 ‘투유 초코렛’. 장국영을 쓰면서 초콜릿 판매 량이 월 1만개에서 10만개로 뛰었다. 또 지난해 광고업계에서는 ‘김지호 효과’라는 말이 유행했다. 김지호를 모델로 쓰는 제품의 매출액이 모두 급격하게 상승한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김지호를 잡으려는 광고계 다툼이 부쩍 치열해졌음은 물론이다. 올해 배용준의 식물나라가 불황 속 에서도 급신장을 이룬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스타는 실질적인 흡인력을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스타들의 첫번째 수입이 광고이긴 하지만, 이는 자신의 터인 영화·텔레 비전의 성공이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톱인 경우엔 영화·방송출연료도 주수입원이 될 수 있다. 방송출연료는 과거 전속개념이 깨지고 자유계약 제가 일반화되면서 CF출연료처럼 인기도가 그대로 반영되는 추세다. 대부 분의 톱탤런트들이 자유계약이다. 미니시리즈 60분 1회 기준 4백만원선이 현재 최고가다. 이에 해당하는 탤런트로는 배용준, 최진실, 김혜수, 채시 라 등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서울방송의 등장과 시청률 경쟁 여파로 탤런트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계속 뛰고 있다. 전속탤런트들은 6∼18등 급(1∼5등급은 아역)으로 구분되는데, 18등급은 60분 1회 기준에 KBS는 드라마 89만6천9백원, 미니시리즈 1백만9천원이다. 대부분의 신인 조연급 탤런트들은 7∼9등급에 속한다.

영화판에선, 나오는 영화마다 히트치는 한석규가 <접속>에서 2억5천만원 을 받은 게 사상 최고가다(상대역인 전도연은 공식발표 6천만원). 그 뒤 를 박중훈, 강수연, 최민수 등이 2억 정도선을 형성하고 있고, 안성기, 이경영, 심혜진, 문성근, 최진실 등이 1억대다. 이들의 등장이 영화흥행 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사진/97 KBS 슈퍼탤런트 선발대회 참가자들의 합숙장면. 몇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연예계 입문에 성공한다 해도 스타로 뜨는 경우는 몇명에 지나지 않는다. )

하지만 이런 연예인들은 극소수. 신인은 노래가 히트하고 시청자들의 주 목을 끌어도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의상비와 기본생활비를 맞추기에도 빠 듯하다. 현재 연예인노동조합에 등록된 탤런트는 총 1천5백50명. 이중 실 제로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숫자는 5백여명으로 대다수가 출연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전 연예인노동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예 인 95%가 장래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65%는 불규칙한 수입 때문에 저축 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부업에 눈돌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연기자의 50%가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정도이고 그나마 어려운 사람이 많 다는 게 이 바닥의 정설이다. 톱은 남녀 각 10명 정도씩 20명 안팎에 불 과하다. 이들의 수익이 연 7억∼10억원쯤이다(10위권). 월 1천만원 정도 는 벌어야 유지가 가능한 게 연예인의 삶이다.

보통 한 명의 연예인에게 따라다니는 이들은 5명 이상이다. 운전을 하는 로드매니저, 의상 담당 코디네이터, 메이크업 담당, 기획과 스케줄 담당, 총괄 매니저 등이 그렇다. 물론 유명 연예인의 경우다. 이런 스타 만들기 를 담당하는 매니지먼트 회사의 수는 연기쪽만 1백여개 정도다.

매니지먼트 시장규모는 연간 5백억∼7백억원으로 추산된다. 주 수입원이 되는 광고출연료 5백억∼6백억원에 영화와 텔레비전 출연료를 1백억원+알 파로 계산한 액수다. 이돈의 20∼30%만이 매니지먼트 사업체의 몫이기 때 문에 최소 1백50억∼2백억원이 매년 매니저먼트 사회에서 도는 셈이다. 이제 연예산업은 말 그대로 산업이 되고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연예인들 의 진짜 삶은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과는 너무나 다르다. 드라마 한 편이 잡히면 1주일 내내 스튜디오, 야외, 리허설, 대본연습 등 촬영에 매달려 야 한다. 또 CF 촬영, 신문·방송 인터뷰 등으로 자기시간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는 즐거운 비명이고, 아무도 찾지 않을 때는 불안과 고독 속에 빠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연예인들이 연예계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마 약과도 같은 ‘그놈의 인기’ 때문이다. 남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자신의 성공이 하루하루 눈에 보이는 것은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돈 은 차후의 문제다.

지난 7월19일 힐튼호텔에서 열린 연예인캐스팅 컨벤션. 영화배우, 탤런트 , CF모델, 패션모델, 부분모델, 리포터, MC, 개그맨, 가수, 댄서 등 모두 12개 부문에 걸쳐 신인 연예인을 선발하는 이 행사에는 2만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현재 진행중인 문화방송 신인탤런트 선발대회에는 25명 모집에 5 천2백63명이 지원했다. 2백11 대 1의 경쟁률이다. 이렇게 어렵게 선발된 공채 탤런트들도 2∼3년 뒤엔 3∼4명만이 살아남을 뿐이다. 실제로 1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탄생하는 게 스타인 셈이다.


1천대 1의 경쟁율 뚫어야 스타

최진실, 심은하, 김희선, 차인표, 최지우 등도 끝이 보이지 않는 오랜 무 명생활을 거쳤다. 최진실도 주인공 박선영 뒤에서 수없이 풀장으로 뛰어 들어야 하는 30만원짜리 단발화장품 광고 엑스트라로 출발했고, 배용준은 영화사 잡일부터, 최지우는 손등만 나오는 모델로 시작했다. 이영애, 김 현주 등의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는 PAIK 대표 백남수(33)씨는 “하루에 5 ∼7명의 연예인 지망생이 찾아오지만, 10명 오면 10명 다 돌아가라고 한 다. 이 길이 너무 힘들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질이 보인다 면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대성의 가능성이 있는 곳도 이곳이다”고 말 했다.

이들의 몸값에 대해 MTM 원운규 실장은 “연예인은 모두 다 천재성을 띠 고 있다. 그들이 겪는 어려움도 일반인의 상상 이상이다. 이를 감안한다 면 스타의 현재 몸값은 결코 과대평가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대 통령 다음으로 부러울 게 없는게 스타지만, 대통령만큼 되기 어려운 게 스타다”라고 말했다.

스타시장에선 자유경쟁의 정글 논리가 가장 솔직하게 이뤄진다. 그래서 그 약육강식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는 스타로서의 대접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산업화된 스타에게서 점차 사람의 냄새가 사라지고, 깔끔한 백화 점 포장지 냄새만 더욱 진해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권태호 김창석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25일 제 1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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