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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행사 기획자 감성근씨

“포기하면 끝장난다.”

문화행사 기획자 감성근(45)씨는 그런 생각으로 일상에 매달려야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볼혹의 나이도 지났지만 아직도 승부를 걸어야 할 게 너무 많다. 밤낮을 바꿔 살아도 견딜 체력이 절실하다. 변하지 않으면 망 하고마는 게 현실이다. 좋은 결실을 거두기 위해선 거름을 잘 주어야 한 다. <한겨레21>은 자신의 변화를 위한 밑거름이다. 생식으로 체질을 바꾸 듯 깨어있는 의식을 만들어 나간다.

그는 순탄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일찍이 문제아로 낙인찍힌 선도대상 이었다. 남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학교생활에 환멸을 느껴 시쳇말로 ‘나쁜 학생’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도 그는 어른들의 선도교육을 의심 한다. “불량학생을 선도한다는 사람들이 탈선을 부추기기 일쑤였어요. 유흥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선도위원을 독차지하곤 하지요.”

제대로 선도되지 못한(?) 그는 연극처럼 살고 싶었다. 주위에서 밥 빌어 먹기 딱 좋다며 극구 말렸지만 그의 연극에 대한 관심을 가로막지 못했다 . 결국 그는 대학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했다. 대학을 마치고 영화사 기획 실, 기업체 홍보실 등을 두루 거치며 이벤트 기획자로서의 소양을 닦았다 . 일본에서 5년여 동안 실무를 익힌 그는 이벤트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 절에 이벤트 기획자로 일선에 나섰다.

“돈에 매달려 주최쪽의 입맛에 맞는 행사를 벌이고 싶지는 않아요. 누군 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청소년과 노인들에게 특별한 관심이 있습니다. 건강한 청소년 문화를 조성하는 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한다면 더이상 바랄 게 없겠어요.” 그는 돈이 되는 행사를 치르더라도 뜻있는 행사에 여윳돈 을 쏟아붓다 보니 남는 게 보잘 것 없다. 지금은 사업 규모를 줄여 자신 의 집 아래층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도 보람을 느끼고 아들 3형 제가 자랑스럽게 여기기에 아쉬울 게 없다.

그는 자신이 그랬던 사정이 작용해서인지 ‘나쁜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애정을 전하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청소년들을 만나면 “멀리 보고 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언론의 청소년 문제 진단에도 불만이 많다. “청소년들은 병에 걸린 어른들 대신 고통을 겪고 있을 뿐입니다. 탈선학생들의 약한 부분을 메워줘야 합니다. 보살핌을 받기 전에 왜 그들이 몰매를 맞아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요.”

한국적 문화이벤트. 그가 소망하며 계획하는 일이다. 아직까지 공연기획 입문서마저 나오지 않은 실정에서 그의 기대는 거창하다. 하지만 그는 실 현할 수 있다고 믿으며 전문적 소양을 닦는 데 열심이다. 얼마전에는 대 기업의 이벤트 마케팅 제안서 공모에 당선되기도 했다. 이론과 실무를 중 요하게 여기기에 전문지식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다.

“<한겨레21>에서 실무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지나친 욕심인가요. 그래도 요즘들어 레저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많이 반영하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쉬운 지면(?)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때론 너무 어렵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거든요.” 감성근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소년 문 화행사를 꿈꾸고 있다. 입시지옥·사회폭력 등에 시달리는 그들을 위로하 기 위해서다. “기업이나 독지가가 나선다면 외국의 청소년 축제보다 더 멋진 행사를 열 수 있을 텐데….”

김수병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1일 제 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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