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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헤로인 양성화 추진

마약으로 마약문제를 해결한다?

이는 지난 7월31일 오스트레일리아의 케언스에서 열린 전국보건장관회의 에서 승인된 ‘헤로인 양성화를 위한 실험계획’의 기본원칙이다. 정부가 철저한 관리와 함께 헤로인을 싼값에 공급함으로써 더 큰 마약범죄를 막 자는 것이다.

이날 합의에 따르면, 우선 1단계로 수도 캔버라가 위치한 특별행정구역에 거주하는 헤로인 중독자 40명에게 정부재원으로 저가의 헤로인을 6개월간 공급한다. 목적은 치료다. 원래 무료로 헤로인을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연 방정부가 지원금 규모에 난색을 표했다. 이에 따라 일단 수혜자 부담 원 칙에 의거해 중독자가 실비만 부담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2단계 계획은 6 개월 뒤 이 1단계 실험의 결과가 긍정적인 것으로 드러나면 2백50명을 대 상으로 시작된다. 또 6개월 뒤 결과에 따라 1천명의 중독자가 참여하는 3 단계 실험을 실시한다. 이 3단계 실험의 결과가 헤로인으로 인한 보건· 사회문제에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면 헤로인 합법화를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


40명에게 6개월간 저가에 공급해 관리

수도특별행정구역 수석장관 케이트 카넬에 의해 주도된 이 계획은 구상된 지 6년 만에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각 주정부의 반대와 연방정 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이 계획은 난항을 거듭했었다. 카넬 장관은 이번 합의를 가리켜 “마약문제 해결을 위한 수십년간의 노력 끝에 나온 가장 극적인 돌파구”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일부의 반대 목소리는 여전하다. “합법적으로 헤로인을 투여하는 이번 실험이 더 많은 중독자 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마리화나와 함께 가장 대중적인 마약인 헤로인이 빚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대략 두 가지다. 첫째가 헤로인 과용으로 인한 사망이다. 최근 마 약 및 알코올 관련 연방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헤로인 과용으로 인한 사 망이 지난 79년 70건에서 95년에는 5백50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헤로인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극히 희박한 상태에서 대부분의 중독자들이 치사량 에 근접할 정도의 헤로인을 투약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헤로인 투약 때 사용되는 주사기는 에이즈와 C형 간염의 확산의 한 원인이 된다. 중독 자들이 주사기를 공유하는 사례가 많은 탓이다.

둘째는 헤로인과 관련된 범죄의 증가다. 카넬 장관에 따르면 전체 절도범 죄의 80%가 값비싼 헤로인 구입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중독자들에 의해 저 질러졌다. 카넬 장관은 이런 문제들은 결코 헤로인에 대한 법적 처벌의 강화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그는 오히려 그러한 단순 해결 책이 더욱 음성적인 헤로인 문화를 형성해 문제를 심화시킨다고 강조한다 . 91년에 최초로 제기된 헤로인 양성화 실험은 지극히 단순한 아이디어에 서 출발했다. 헤로인을 합법화해 정부가 그 분배 및 유통을 엄격히 관리 한다면 중독자들이 스스로 정부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 해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헤로인 양성화론자들은 또 이를 통해 중독자들 을 관리하면 이들의 2차 범죄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헤로 인 투약자들은 이번 실험을 헤로인 양성화의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받아들 이고 있는 것이다.


일부 주에선 대체약물로 시도할 계획

하지만 “헤로인으로 헤로인을 이긴다”는 이번 계획의 미래가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특별행정구역에서 이루어지는 1단계 실험이 성공적 이라는 조건하에서 2·3단계 실험이 가능하다. 그리고 애초에 전국적 실 험으로 계획된 것이 일단 특별행정구역에서만 실행하기로 결정된 데서 알 수 있듯 다른 주정부들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1천명의 중독자가 참여할 3 단계에는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곳에 가장 많은 헤로 인 중독자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사우스웨일스주도 이번 합의 에 마지못해 동의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빅토 리아주에서는 이와 비슷한 실험을 헤로인이 아닌 다른 대체약품으로 시도 할 계획이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헤로인 합법화 계획은 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카넬 장관을 비롯한 헤로인 양성화론자들은 실험이 성공적일 것이라고 확 신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6 개월 뒤 1차 실험의 결과에 벌써부터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드니=정동철 통신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1일 제 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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