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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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높고 긴 산줄기가 일품인 소백산. 주능선을 따라 넓은 초원과 완만한 능선이 꼬리를 문다.)
백두대간은 한반도를 받치는 장대한 등뼈다. 백두산의 병사봉에서 시작해 산과 강을 건너지 않고 마루금만으로 지리산 천왕봉까지 이어진다. 그 마 디마디에서 하나의 정간(正幹)과 열세개의 정맥(正脈)이 갈라져나간다. 백두산을 뿌리로 하여 크고작은 산줄기들이 나무줄기마냥 가지를 쳐나가 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한반도는 비로소 삼천리 강산이 된다.
물줄기 구획하는 울타리로 민족의 삶 관통
백두대간에서 가지쳐 나온 열네개의 산줄기는 우리나라의 물줄기를 구획 하는 울타리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정맥 이름이 산줄기를 에워싸고 있는 강 이름과 닮은 것은 그 때문이다. 따라서 정맥은 산줄기 자체의 높이나 규모, 명산을 품는 데 그치지 않고 물줄기와 깊은 연관을 맺는다. 우리의 배산임수(背山臨水)한 취락 형성과 언어의 나뉨, 상권의 갈라짐 등이 모 두 이와 통한다.
백두대간은 이처럼 오랫동안 민족의 삶을 관통했지만 최근에야 새로 발굴 됐다. 이보다는 산맥이라는 말이 훨씬 널리 쓰인다. 지금도 교과서나 모 든 공문서에는 백두대간 대신 산맥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요즘엔 상품광 고나 책표지에 백두대간이란 말이 등장할 정도로 복원속도가 빠르다.
우리 고유의 개념인 백두대간이 산맥 개념으로 바뀐 것은 일제의 의해 식 민통치를 당하던 시기다. 일본 지질학자 고또 분지로(小藤文次郞)는 1900 년과 1902년, 두 차례에 걸쳐 14개월 동안 우리나라의 지질구조를 조사했 다. 이 조사를 토대로 고또 분지로는 1903년 한반도의 지질구조도를 발표 한다. 그 발표에서 대간과 정맥이 사라지고 태백산맥, 소백산맥, 노령산 맥 같은 산맥들이 들어섰다.
고또 분지로의 산맥 개념은 최근 많은 산악인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한 나라의 지질구조를 14개월 만에 조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 성설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그의 조사가 일제의 자원수탈을 목적으로 한 것이란 점에서 비판의 강도가 매섭다. 산악인들은 수천년간 면면이 내려 온 고유의 개념을 제쳐두고 일본 지질학자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은, 창씨개명이나 다름없는 사대주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고또 분지로의 산맥 개념은 실제 한반도의 산줄기를 밝히는 데 허점이 많 다. 산맥은 있는 그대로의 산줄기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지질구조선, 즉 암석의 기하학적인 형태와 이것들의 삼차원적 배치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 이다. 그의 산맥을 일직선으로 따라가다보면 도중에 맥이 끊기기도 실제 지형과도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태백산맥에 태백산이 없는 식이다. 산 맥 개념을 비판하는 이들은 산맥이란 오직 지질 형성시기와 어떤 지하자 원이 매장되어 있는 가를 알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공문서는 아직도 ‘산맥’… 북한은 산줄기 재해석
북한은 최근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백두대간의 기본개념에 기대어 정리했 다. 지난해 북한 국가과학원 지리학 부문 심의위원회에서 확정한 산줄기 의 근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해 두류산~태백산~지리산을 거쳐 남해에 이 르는 총연장 1천4백70km의 ‘백두대산줄기’이다.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 는 작업의 하나로 6천5백여개의 하천과 3천6백여개의 산봉우리, 80여개의 산줄기를 재해석한 것이다.
북한은 이 백두대산줄기를 중추로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모두 80여개의 지 맥으로 분류한다. 주요 산줄기의 예로는 백두산줄기, 함경산줄기, 부전령 산줄기, 낭림산줄기, 적유령산줄기, 묘향산줄기, 마식령산줄기, 멸악산줄 기, 태백산줄기, 차령산줄기, 소백산줄기, 노령산줄기 등이다. 1990년에 나온 북한의 고등중학교 2학년 지리교과서에는 여기에 마천령산줄기, 민 풍산줄기, 새덕산줄기, 예봉산줄기, 계방산줄기, 남원산줄기, 무등산줄기 , 칠령산줄기를 새로 설정해 넣었다. 특히 북한은 칠령산줄기가 우리나라 남쪽산줄기와 북쪽산줄기를 연결하는 산줄기로서 매우 의의있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유강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1일 제 17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