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특집

속세를 아우르는 장엄한 연봉

(사진/높고 긴 산줄기가 일품인 소백산. 주능선을 따라 넓은 초원과 완만한 능선이 꼬리를 문다.)

백두대간의 큰 줄기가 소백산을 기점으로 해 한반도의 중심부를 대각선으 로 질러나가는 것이 소백산맥이다. 이 소백산맥이 문경새제 언저리에서부 터 뱀처럼 구불거리며 뻗어내리다가 그 용틀임을 가장 크게 벌여놓고 있 는 곳이 속리산이다. 속리산(俗離山)은 언듯 ‘속세를 떠난 산’으로 읽 히지만 오히려 ‘속세가 산을 떠났다’는 게 제대로 된 풀이다. 속리산은 그 물줄기를 한반도 남반부의 3대강으로 골고루 흘려보낸다. 북쪽 화양천 은 달천으로 합류하여 한강이 되고, 동쪽 농암천은 이안천에 섞이어 낙동 강의 상류가 되며, 남서자락을 감싸는 미원천과 금계천은 대청댐으로 흘 러가 금강으로 빨려든다.

속리산의 주봉은 천황봉(1057m)이다. 북서쪽으로 비로봉(1020m), 입석대( 1010m), 신선대(1020m), 청법대(1031m), 문장대(1033m), 관음봉(985m), 묘봉(873m)과 남쪽으로 5백73m 봉우리를 연결하면서 법주사를 둥글게 감 싼다. 주봉을 빼고는 모든 봉우리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졌는데 형상이 기기묘묘하고 장엄한 멋을 풍긴다.


법주사 대형 미륵불상에서 느끼는 위압감

속리산은 법주사로 또한 이름나다. 신라 진흥왕 14년(553년) 의신조사가 창건한 뒤 중수를 거듭해 한때 3천대중을 거느렸던 이 절은 임진왜란 때 불탔다가 인조 2년(1624년)에 벽암대사가 중건해 오늘에 이르렀다. 인조 때 세워진 팔상전(국보 55호)은 우리나라 현존 목조탑으로는 유일하다. 또 신라 성덕왕 19년(720)에 세워진 쌍사자석등(국보 5호)은 우리나라에 서 가장 오래된 석등으로 알려진다. 역시 같은 연대에 만들어진 석련지( 국보 64호)는 그 정교함으로 유명하다. 절 마당 왼쪽에 30m 높이로 우뚝 선 미륵불상은 대웅보전과 함께 보는 이를 경건케 한다.

백두대간 줄기는 이 속리산 동쪽 청화산(988m)과 대야산, 희양산(998m)을 타고 월악산 국립공원으로 이어진다. 월악산은 상봉(1097m), 중봉(980m), 하봉(940m)의 세 봉우리와 9백60m의 봉우리를 거느리고 우뚝하다. 그러나 공원 안에는 문수봉(1162m)을 비롯해 대미산(1115m), 매두막(1099m) 등 월악산보다 높은 산이 3개나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남쪽 경계로는 주흘산 줄기인 부봉(914m)과 조령 제3관문 뒤의 마역봉(940m) 그리고 그 너머 고 사리휴게소 뒤의 신선봉(967m)이 치솟는다. 동쪽으로는 단양 적성면의 금 수산(1015m)과 대강면의 도락산(964m)이 눈길을 막아선다. 10여개의 고봉 들이 키자랑하듯 옹기종기 모여 있는 형국이다.

월악산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봉우리를 빙 돌며 올라가는 코스를 갖고 있다. 특히 상봉은 동서남북과 원근에서 보는 모습이 모두 달라 변화무쌍 하다. 월악산 동쪽에는 신륵사와 월악리 그리고 서쪽에 송계리와 남쪽에 덕주사, 덕주골이 자리잡고 있다.

소백산은 제1연화봉(1394m), 제2연화봉(1383m), 그리고 비로봉(1439m)이 연이어 있는 산으로 높고 긴 산줄기가 일품이다. 희방사에서 올라붙어 비 로봉만 밟고 내려오는데도 줄잡아 15㎞에 이른다. 쉼없이 걸어도 7시간은 걸린다. 종주를 한다면 주능선 길이만해도 장장 20㎞는 족히 된다. 보기 에는 그저 밋밋하게 부드러운 것 같으면서도 덩치가 워낙 큰 것이다. 주 능선을 따라 활짝 펼쳐지는 넓은 초원과 완만한 능선 그리고 사방으로 탁 트인 시야는 등산객을 매료시킨다.


에델바이스가 별무리처럼 반짝인다

동쪽으로 뻗는 소백산맥의 주맥은 형제봉(1176), 선달산(1236)을 거쳐 태 백산으로 곧장 이어지지만, 북상하는 줄기는 신선봉(1389)을 지나 단양, 영월의 산지로 뻗어나간다. 아무 봉우리에 올라서도 광활한 초원에 온갖 고산식물이 흐드러져 피어있다. 5월의 철쭉은 특히 아름답다. 여름이면 비로봉에서 국망봉으로 이르는 비탈에 솜다리(에델바이스)가 별무리처럼 반짝인다. 산 들머리의 희방폭포와 정상 기슭의 주목 군락(천연기념물 24 4호)도 이 산을 찾은 보람을 안겨 준다.

소백산 기슭에서 가장 이름 높은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때 창건한 문화재 의 꽃이다. 목조건물로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무량수전 등 국보 만 해도 5점이나 간직하고 있다. 산자락 순흥 땅에 자리잡은 소수서원은 조선 중종 38년(1543년)에 당시 풍기군수로 있던 주세붕이 세운 최초의 ' 사설학원'이다.

지창은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1일 제 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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