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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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영화 속의 한 장면에서 흐르던 음악, 연인과 함께 영화를 보던 추억을 일깨워주는 영화음악이 아니다. 배트맨 시리즈의 최근작인 <배트 맨 앤 로빈>(Batman & Robin)의 사운드트랙은 영화에 등장하는 곡들이 수 록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아니다. 레코드의 표지에는 ‘영화 음악 과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이라고 써있다. 따라서 영화에서는 나오 지 않는 곡도 들어 있다.
배트맨 시리즈는 영화 자체뿐만 아니라 캐릭터 상품 등 끼워팔기(tie-in) 을 통한 수입도 엄청나다. 전세계적 미디어 복합기업인 타임워너사는 영 화 하나에서 그치지 않고 관련 문화 상품을 팔아먹기 위한 전략을 고심한 다. 이른바 ‘시너지 효과’(상승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너무 장삿속 아니냐는 힐난과 유명 뮤지션의 곡이 한 레코드에 모여있다는 ‘경제성’ 사이의 싸움이다.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그렇다면 이 음반의 내용물 의 충실도를 따져보는 일만 남았다.
열 다섯곡이 빼곡이 수록된 앨범은 백인과 흑인, 10대와 20-30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랩/힙합에서부터 인더스트리얼까지, R&B에서 얼터너 티브 록까지 최신 장르들을 망라했다. 현재 미국에서 10대들에게 가장 인 기있는 밴드 중 하나인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의 곡이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공언했던 대로 요즘 유행하는 전자음악의 한 장르인 인더 스트리얼의 암울한 음색을 가미하여 영화의 분위기와 얼추 맞아떨어지는 듯도 하다. 타깃이 10대만은 아니다. 따라서 R.E.M.과 같은 밴드의 곡도 빠질 수 없다. 뉴욕의 ‘아트 록’ 밴드 솔 코핑(Soul Coughing)의 랩/힙 합과 테크노와 록이 혼합된 흥미로운 곡도 구색을 맞춘다.
또한 힙합 그룹 본 턱스 앤 하모니(Bone Thugs-n-harmony)의 곡이나 R&B 가수 알 켈리(R. Kelly)의 곡 등은 피부색과 무관하게 인기를 얻을 만한 곡이다. 여성 보컬의 유행은 이제는 조금 식상할 때가 되었을 만도 한데 비슷한 스타일의 여자 목소리를 들려주는 곡이 세 곡이나 되는 것은 여성 에 대한 배려인가. 그런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테크노 그룹 언더월드( Underworld)의 몽환적인 곡이 실려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테크노 음악이 인기 순위 전면에 등장하는 상황과 관련된다. 할리우드 영화음악에는 최 신의 유행 조류가 반영된다는 속설을 다시 확인한다. 不亦說乎아!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1일 제 17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