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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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적 입장만 앞세워 위안부 할머니 개개인의 인권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일본 히토쓰바시 사회학대학원 박사과정 연구원인 윤명숙(36)씨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접근하는 한국사람들의 태도를 민족과 인권의 개념을 들어 진단한다. 윤씨가 보는 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우선 일본 정부의 완전한 공식사과와 정부배상이다. 일본이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 국민기금’ 이란 형태로 위안부 할머니에게 일종의 보상금을 지급하려는 것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수단이다.
그러나 윤씨는 올해 초 일본의 국민기금을 받은 7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에 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식의 국내 여론이 일었던 것에 대해서는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고령에 생활고까지 겹친 할머니들 에 대한 충분한 사회경제적 보상없이 일방적으로 민족차원의 접근방식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결성된 ‘강제연행된 일본군 위안 부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연대’가 지난 5월까지 모금한 돈은 5억5천만원 이 고작이다. 생존 위안부 할머니 1백60명에게 국민기금과 동일한 2백만 엔씩을 지원하기 위해 30여억원을 거두려던 목표액에 턱없이 모자란다. 윤씨는 이에 대해 “우리가 위안부 할머니의 고통에 대한 해결없이 국민 기금만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는 더 나아가 만일 위안부 할머니들이 우선 국민기금을 받고, 이와는 별도로 개인배상 실현 을 위해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추궁해 나가겠다면 이를 비난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일본쪽 국민기금의 수령여부가 앞으로 위안부 할머니들과 여성단체 사 이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국민 전체가 피해자의 고통을 분담하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일본에서 6년째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윤씨는 지난 8월8일 세종문 화회관에서 열린 독립기념관 개관 10돌 기념 학술토론회 참석차 귀국했다 . 그는 곧 위안소 형성과 위안부로 끌려간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할 예정이다.
김창금 기자/ 한겨레 문화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1일 제 17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