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사람이야기

‘괌의 영웅’, 추악한 연기인가

‘용기있는 행동’인가, 아니면 ‘정치꾼의 쇼맨십’인가.

지난 8월6일 미국령 괌 니미츠힐에서 일어난 대한항공 801편 여객기 추락 사고 당시 칼 구티에레스(56) 괌 지사의 행적을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 다.

당시 비행기 추락장소에서 자동차로 불과 3∼4분 거리의 자택에 있던 구 티에레스 지사는 사고를 목격하고 곧바로 손전등만 든 채 2명의 이웃과 함께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구조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일본인 소녀 마쓰다 리카(11)와 뉴질랜드인 헬기조종사를 직접 구 출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리카를 안고 있는 극적인 모습의 사진이 전세계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그는 ‘용감한 인물’로 조명받았다. “비행기에 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들으며 숲을 헤치고 현장으로 향했다. 찢겨진 시 체가 나뒹구는 끔찍한 광경을 보고는 고인들을 위해 잠시 기도를 올린 뒤 구조작업을 시작했다”고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그의 ‘영웅담’ 은 잠시 뿐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3일 만에 “구티에레스 지사가 자신보 다 추락장소에 먼저 도착한 소방대원들의 현장진입을 막은 채 영웅노릇을 하려 했다”는 보도가 튀어나온 것이다. 괌의 유력지인 <퍼시픽 데일리 뉴스>는 타이팅퐁 괌 주둔 연방소방대 대장의 말을 인용해 “소방대 소속 의 구조대원 7명이 현장에 먼저 도착했으나 경찰이 대원들을 길 옆으로 밀어놓고 구티에레스 지사가 진입할 때까지 놔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구티에레스는 자신의 전속 사진사까지 앞세워 먼저 도착한 구조대원들을 밀치고 현장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내년으로 예정된 지사 선거를 겨냥해 재선을 노리는 민주당의 구티에레스가 구조작 업을 방해하면서까지 ‘언론 플레이’를 하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임민 기자/ 한겨레 국제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1일 제 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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