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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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다녀온 이라면 할 말을 담은 보따리가 다녀온 기간에 비례하 는 법이다. 최근 엘지그룹이 주최한 ‘21세기 선발대’에 뽑혀 돈 안 들 이고 배낭여행을 다녀온 2백명 가운데 한명인 임형준(27·한국외국어대 루마니아어과 4년)씨의 보따리는 크다.
한달 이상의 긴 기간을 여행한 데다 문화유적지를 보는 흔한 여행이 아니 라 ‘통일시대에 겪게 될 사회·문화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기업들 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진지한 주제로 테마여행을 다녀왔기에 더욱 그렇다. 임씨는 독일의 지멘스사와 체코의 스코다사, 루마니아의 다 치아사 등 주요기업들을 현장 방문하고 3백명이 넘는 현지인들을 만나 설 문조사까지 실시하는 등 현장성 높은 이야기를 긁어모았다.
이번 여행 이전에도 임씨는 90년 이후 모두 2년10개월 동안 배낭여행을 한 베테랑이다. 시작은 누구나 그렇듯 90년 12월 방학을 이용해 미국에 영어연수 겸 여행으로 40일 동안 잠깐 다녀온 것이 첫출발이었다. 그러다 91년이 되자 불현듯 어려서부터 편지를 교환했던 펜팔을 볼 겸 유럽 20개 국 여행에 나섰다. “여행은 꼭 중독성있는 약과 같아 횟수가 반복될수록 더 떠나고 싶어집니다. 적당하면 생활에 활력을 주지만 남용하면 중독되 고 오용하면 보신관광처럼 문제가 생깁니다.”
‘병이 깊어진’ 임씨는 군에서 제대하고는 93년 3월부터 6개월, 94년 9 월부터 1년, 96년 2월부터 역시 1년 동안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지구촌 곳 곳을 쏘다녔다.
“빨리 보면 깊이가 없고, 한곳에 빠지면 넓게 보지 못합니다. 각 여행 행태엔 장단점이 있지만 최근 대학생들의 배낭여행은 대부분 지나치게 유 럽중심인 데다 주마간산격이라 안타깝습니다.”
임씨는 “유럽을 2달 정도 여행할 경비라면 아프리카를 1년 동안 여행할 수 있다”며 동유럽의 경우 자본주의 물결로 상대적으로 순박했던 국민들 이 조금씩 변해나가는 것 같으니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동유럽을 여행할 것을 권한다.
하변길 기자/ 한겨레 스포츠레저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1일 제 17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