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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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의 단꿈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너무나 허무하게. 평생 여행 한 번 못하고 가난을 숙명삼아 자신을 길러낸 육순 노부모에게 “이제는 살 만해졌으니 보답 한번 하겠다”며 나선 이경한씨의 효도관광은 부모와 함 께 한 ‘죽음의 여행’으로 끝났다.
그렇게, 또 그렇게 2백26명은 낯선 이국의 섬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그래도 간 사람은 행복하다. 남은 자는 모진 그리움과 죄의식과 억누룰 수 없는 적개심에 가슴을 뜯는다. 시신조차 수습 못한 유족들의 오열에 괌의 그 파란 물은 시꺼멓게 멍든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을 위로하지 못한다. 가해자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데 만 몰두한다. “관제사의 잘못이다.기체결함이다….” 돈 되는 괌 선수단 1백50여명을 실어오기 위해 A-300기 대신 단 한번도 괌노선을 운행한 적 없는 기장에게 보잉 747기를 맡겨 놓고도 “적법한 절차를 거쳤으니 문제 될 게 없다”고 한다. 그들에게 최소한의 수치심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까.
사고조사에 나섰다는 신한국당 의원들마저 검게 그을린 주검을 배경으로 한가로이 기념촬영 하는데 바빴다. 그제야 알듯하다. 대규모 참사가 잇따 라도 결코 이를 예방할 수 없는 비밀이 어디에 있는지를.
신승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1일 제 17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