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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통안전위 설치하자”

(사진/괌 아가나 공항 관제소에 문제가 있었음을 밝히는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조지 블랙 위원(왼쪽). 우리도 NTSB와 같은 독립기관을 둬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항공기 검사와 사고 조사를 전담하는 기관이 세워지면 우리나라 항공기 사고율은 크게 낮아질 겁니다.”

지난 8월8일 ‘국가교통안전위’ 설치를 제안한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 의장은 우리나라 항공기 사고율이 높은 원인 중 하나가 ‘축적되지 않는 자료’에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크고작은 비행기 사고가 터졌지만 이들 자료를 효과적으로 축적하고 연구할 기관이 없었고, 따라서 극단적인 경 우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사고’가 일어나는 현상도 배제하기 힘들다 는 것이다.

미국은 항공사고 원인조사를 위해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같은 독립 적인 기관을 두고 있다. 이번 ‘괌 사고’의 원인규명 활동도 벌이고 있 는 NTSB는 미국 연방항공법에 따라 지난 67년 설립됐다. NTSB는 그동안 미국은 물론 전세계 항공기나 선박, 철도 등 10만건 이상의 각종 ‘교통 사고’에 대한 전문조사로 명성을 얻어왔다. 그동안 이 기관은 1만여건에 이르는 교통관련규정 개선 권고문을 발표했고, 이중 80% 이상이 채택됐다 . 미국 등 선진국 항공사의 사고율이 낮은 것은 바로 이런 축적된 자료의 덕이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은 또 이와 별도로 항공교통 안전과 항공사에 대한 운항자격, 설계, 생산, 운용 등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지는 연방항공국(FAA)을 두고 있다. 이는 사고조사(NTBS)와 사전검사(FAA)를 나눠 효율성을 높이려는 제도적 노력의 결과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제도적 측면에서 지극히 빈곤하다. 사고원인 조사와 사전감사가 모두 건설교통부 항공기술과에 맡겨져 있다. 그러나 감사인원은 30명에 불과하다. 늘어나는 항공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다. 미국 FAA에는 근무인원만 5만명이 넘는다.

국민회의는 따라서 총리실 밑에 국가교통위원회를 두고 그 밑에 항공사고 에 대한 조사와 감사를 전담할 기구를 만들면 제도적 문제는 상당부분 해 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원길 의장은 또 “조종사, 정비사, 관제사 등이 사고가 발생할 뻔했던 일을 신설 기구에 보고하도록 하는 항공안전 보고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민회의는 이를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 서 “교통안전법을 개정하고 항공법도 항공운수사업과 항공안전법으로 분 리, 항공안전제도를 강화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건설교통부에서도 몇년 전 항공기안전과 관련한 독립기구 설립을 검토했 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이 안이 빛을 못본 것은 두 가지 이유 탓이다. 하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추세에서 기구 확대 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다른 이유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항공사들의 강력한 반대다. 정부와 ‘독립기관’으로부터 이중규제를 받 는 게 항공사로서는 번거로울 게 뻔하다.

그러나 그 결과인지는 몰라도 국적기의 항공사고는 국제 평균의 1.5배에 이른다. 항공사와 전문가가 내세우는 위의 이유는 최소한 선진국 수준의 항공기 안전이 보장될 때나 가능할 것이다.

김보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1일 제 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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