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과학과 지성

화성에서 지구를 만난다

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의 화성탐사선 관제실에서는 매일 아침 비 틀스 노래가 흘러나온다. 노래는 화성탐사 로봇 소저너가 활동을 시작한 다는 신호다. 7월4일 오전 10시(미국 서부시간)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가 화성에 착륙한 이후 지금까지 탐사팀의 하루 일과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 다.

지난 3일로 한달간의 1단계 활동을 마무리한 소저너는 이틀간의 충전휴식 을 취한 뒤 현재 2단계 탐사활동에 한창이다. 역시 1단계와 마찬가지로 토양·암석·대기 성분 분석이 주임무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더 멀리 진 출해 있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착륙지점에서 기껏해야 수 십m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좁은 지역에서 소저너는 인류에게 중요한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암석 성분에 대한 결과는 화성과 지구가 형제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분석장치는 알파양성자엑스선분광 기(APXS)다. 알파선을 쏘아 돌아오는 양성자와 엑스선을 통해 암석의 성 분을 알아내는 장치다.


2단계 탐사활동 돌입해 성분 분석

지난 한달간 패스파인더가 보내온 분석 결과는 화성과 지구가 수십억년전 에는 거의 같은 원소로 이뤄진 행성이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첫번째 분 석대상이었던 암석 ‘바나클 빌’은 지구의 안산암처럼 규소와 석영 입자 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산암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붉 고 둥근 돌들은 지구의 현무암과 비슷했다. 경희대 김상준 교수는 “현재 화성은 산화가 크게 진행돼 애초와는 아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구성물질들은 지구와 거의 똑같다는 기존의 가설을 확인시켜줬다”고 평 가했다.

착륙지점 주변의 붉고 둥근 돌들은 아주 오랜 옛날 화성에 대홍수가 있었 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증거물이다. 근거는 돌 표면이 둥글둥글하다는 사실이다. 20억∼30억년 전에 일어난 몇차례 대홍수로 높은 곳의 돌이 저 지대까지 굴러오는 과정에서 물에 의해 바위의 뾰족한 부분이 마모돼 둥 글둥글해졌다는 게 과학자들의 추정이다. 둥근 돌들의 방향이 한쪽으로 쏠려 있고, 물이 증발한 뒤에 남은 소금기(산과 염기의 중화물)가 암석 주변에 침전돼 있으며, 착륙지에서 2㎞ 떨어진 지점의 산에 수평으로 긴 흠집이 나 있는 것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이는 사실 허블우주망원경 과 바이킹호가 보내온 자료들에서도 추정된 것이지만, 패스파인더가 직접 현장에서 이를 확인한 셈이다.

둥근 돌의 크기는 약 1미터 정도로 다른 돌들보다 크다. 이를 토대로 과 학자들은 당시의 홍수가 지중해를 채울 정도로 방대한 양이었을 것으로 추론한다. 이는 화성 어딘가에 물이 아직도 남아 있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 화성의 중력이 지구의 3분의 1에 불과해 지표상의 물은 대기 밖으로 달 아나버렸지만, 지하 깊숙한 곳에 흘러든 물은 얼음의 형태로 남아 있을 수 있다. 특히 안산암의 발견은 이런 추정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안산암 은 땅속에서 분출된 물질이 서서히 식으면서 형성되는데 이런 과정을 돕 는 것이 바로 물이다.

아직 화성 생명체에 대한 뚜렷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46억년 전 태양계 형성시 함께 탄생한 지구와 화성의 형제관계는 패스파인더가 보내오는 자료를 통해 한층 명료해지고 있다. 경희대 김상준 교수는 “과 학이란 하나씩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지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며 패스파인더의 성과를 차분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강 조한다.


화성 생명체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아

패스파인더는 정교한 엔지니어링의 성공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히려 여기 에 더 의미를 두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에어백 착륙의 성공이다. 이는 7 6년 바이킹의 착륙방식과 비교하면 뚜렷이 드러난다. 바이킹은 안전한 착 륙을 위해 화성대기 진입부터 착륙 때까지 줄곧 역분사로켓으로 하강속도 를 늦추는 방식을 활용했다. 따라서 그만큼 많은 로켓연료와 그에 걸맞은 육중한 탐사선이 필요했다. 이는 더욱 많은 예산으로 연결된다. 반면 에 어백 착륙에는 이런 연료가 필요치 않다. 바이킹의 15분의 1에 불과한 예 산으로 화성탐사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최대 요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은 앞으로의 화성탐사에서도 이 방식을 활용할 것이 틀림없다.

최초의 로봇탐사차 소저너가 몇차례 장애를 극복하고 한달이 넘은 지금까 지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앞으로 10여년간 계속될 로봇탐사의 전망을 밝게 해주는 초정밀공학의 개가다.

곽노필 기자/ 한겨레 생활과학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1일 제 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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