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추적

김태정 총장, 고향이 부담스럽다

“나를 호남인맥으로 분류하는데 고향 이야기를 하자면 적어도 5분은 걸 린다.”

김태정 신임 검찰총장이 지난 8월7일 취임 뒤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자신 의 ‘출신지’에 대해 한 말이다.

“고향이 어디냐”는 간단한 질문에 대답이 이토록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우선 김 총장의 ‘성장사’가 경상도와 전라도 양쪽을 다 배경으로 해서 쓰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총장의 집안은 대대로 전남 장흥 지방에서 터를 닦고 살아왔다. 그러 나 일제말 착취가 심해져 살림이 어려워지자 김 총장의 부친은 일거리를 찾아 가솔들을 이끌고 부산 영도로 옮겨 갔다. 김 총장은 1941년 이곳에 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자라게 된다. 김 총장의 어투는 거의 완벽한 표준말이지만 가끔씩 변형된 부산 사투리가 튀어나오는 것은 유년 기와 소년기에 배인 언어 습성 탓으로 보인다.

김 총장의 가족은 한국전쟁이 끝나갈 무렵 다시 전남 여수로 돌아왔다. 하지만 김 총장의 형 치주씨는 학교문제 때문에 그대로 남아 10여년 전 작고할 때까지 계속 부산에서 살았다. 김 총장의 부산인연 중 하나이다. 김 총장은 이후 여수중을 거쳐 광주고등학교를 다녀 검찰 내에서 ‘호남 인맥의 대부’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계기가 된다. 광주고는 윤관 대법원 장의 모교이기도 해 법원과 검찰의 양대 수장을 동시에 배출하는 영예를 안게 됐다.

김 총장이 고향에 대해 긴 설명을 필요로 하는 까닭은 이런 연유이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 민감한 시기에 어 느 한편으로 분류되는 것을 꺼리는 데 더 큰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검찰은 우리 사회에서도 유달리 지연과 학연을 따지는 조직이어서 고향을 내세우기가 여간 조심스러운 데가 아니다. 실제로 김 총장 임명소 식이 전해지자 지역적으로 거리가 있는 일부 검사들은 “김 총장이 평소 광주출신 후배검사들과 모임을 만들어 자주 어울렸다”며 인사상 불이익 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광주출신의 검 사들은 “한번도 그런 모임이 없었다”며 “김 총장이야말로 지역적 편견 이 없다”라고 말했다.

어쨌든 김 총장에게 고향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김의겸 기자/ 한겨레 사회1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1일 제 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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