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추적

김태정에 대한 두가지 의문

(사진/김태정 신임총장. 과연 온전히 임기를 채우며 자신을 임명한 김영삼 대통령을 끝까지 `안전하게 모실지' 궁금하다.)

김태정 신임 검찰총장은 퇴임을 불과 6개월 남짓 남겨놓은 김영삼 대통령 에 의해 임명됐다. 지난 88년에 검찰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도입된 검찰 총장 2년 임기가 보장된다면 김 대통령이 퇴임하고 난 뒤에도 새 정권 아 래에서 1년 반 동안을 검찰의 총수로 남게 된다. 정권말 권력누수를 막기 위한 방패로서의 역할, 새 정부 초기 정권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사정과 구 정권(김영삼 정권) 청산이라는 상충되는 작업을 지휘하게 되는 셈이다 .


2년 임기는 김영삼 정부가 철저히 짓밟아

김 대통령이 신임 김 총장을 임명한 것은 퇴임 이후를 고려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여기에서 나온다. 개인적인 친분 여부를 떠나 자기가 손때 묻혀 임명한 검찰총장이 설마 자신을 치는 데 앞장서기야 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론은 검찰총장의 임기가 법대로 보장된다는 전제와 검찰 이 ‘정권의 칼’ 노릇을 벗어버릴 것이라는 가정이 충족되어야 성립할 수 있다. 첫째 전제와 관련해서는 검찰총장의 임기 문제는 김영삼 정부가 이미 철저히 짓밟은 전례가 있기 때문에 다음 정권에서 제대로 지켜지리 라고 누구도 보장하기 힘들다.

김 대통령은 93년 3월 초 전임 노태우 대통령이 불과 3개월전에 임명한 김두희 검찰총장을 법무장관에 ‘강제 영전’시켰다. 김두희 총장은 당시 장관에 임명된 뒤 “장관 임명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뜻밖의 일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해 개인적으로 아쉽다”면서 “앞으로는 임기제가 잘 지켜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낸 바 있다.

김영삼 정부에서 두번째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박종철 검찰총장도 93년 9 월 공직자 재산공개 파문에 휘말려 6개월 만에 자진사퇴 형식으로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났다. TK(대구 경북) 검찰 인맥의 대부였던 박종철 총장의 후임으로 등장한 PK(부산 경남) 출신의 김도언 총장은 ‘다행히도’ 2년 임기를 채웠다. 그는 총장을 그만둔 지 1주일 만에 신한국당 공천을 따내 15대 국회에 진출하는 ‘정치적 실력’을 보이기도 했다. 김 정권의 4번 째 검찰총수가 됐던 김기수 검찰총장도 지난 8월6일 고시 후배인 김종구 법무장관의 등장에 따라 임기 39일을 남겨둔 상태에서 사표를 제출했다. 총장 임기제가 검찰 스스로에 의해서도 파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 이다. 물론 정가에서는 올 연말에 뽑히는 대통령은 누구든 검찰총장의 임 기를 보장할 것이라는 비교적 ‘순진한’ 판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회 창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그의 ‘법대로’라는 이미지 때문에라 도 임기제 총장을 교체하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대표의 한 측 근은 “이번에 검찰총장 임명에 이 대표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 대통령이 되더라도 법을 중시하고 사회 각 분야의 자율성을 보장하게 될 것이므로 임기제 총장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국 민회의 총재 등 야권으로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검찰총장의 임기제 준수를 자신들이 주장했기 때문에 잔여 임기를 존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고 있다.


‘정치적 중립’여부에도 회의론

그러나 김영삼 정부가 보여준 실례는 정치적 격변기에는 아무 것도 보장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한 것이고 따라서 신임 김 총장의 장래를 아무 도 확신할 수 없어 보인다.

둘째 검찰이 정권의 칼 노릇에서 벗어나 정치적인 중립을 유지할 수 있느 냐 하는 데 대해서는 회의론이 훨씬 강하다. 검사 동일체 원칙 아래에서 인사권을 정치권력이 쥐고 있는 한 검찰의 독립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권 의 논리와 정치적 상황에 따라 12·12와 5·18 사건의 불기소 결정을 스 스로 번복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정치권력을 누가 잡든 그가 원 하고 필요로 하는 대로 검찰이 움직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에 따라 김 총장도 새 대통령이 원하면 자신을 임명한 김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 들을 사정하는 역할을 맡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1일 제 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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