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쑥덕공론

홍사덕 ‘투항’했나

유난히 개각이 많았던 김영삼 정권에서는 마지막(?)이 될 8월5일 내각 개 편에서 단연 눈길을 끈 건 정무장관에 홍사덕 의원(무소속·서울 강남을) 을 기용한 것이었다. 대통령과 정당 특히 여당과의 가교 구실을 하는 정 무장관에 평생 야당에 몸담았고 현재도 무소속 의원으로 야권에 속해 있 는 홍 의원이 발탁된 것이다. 홍 장관은 “김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에 빠 져 있어 돕고 싶어 부탁에 응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도 신한국당에 입당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남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홍 신임 정무장관은 신한국당의 주요 당직자회의 등 일체의 회 의에 참석하지 않고, 신한국당사에 마련돼 있는 사무실도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무소속 장관으로서의 처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국회에 있는 정무장관 사무실을 주로 쓰기로 했다. 홍 장관은 취임 직후 3당 대표와 총재들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연말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지 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공정한 역할을 다짐했다.

그러나 홍 장관의 이러한 ‘중립적인’ 공식 입장과는 상관없이 정치권에 서는 “그의 장관직 수락은 어딘지 이상하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여권에로의 개별적 투항이 아니냐는 것이다. 홍 장관은 지난 92년 대선 때 민주당 대변인으로 당시 김대중 후보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 하면서 라이벌이었던 김영삼 후보를 공격했다. 김대중 총재는 92년 말 대 선패배에 따라 정계은퇴 선언을 한 뒤 경북지방의 한 온천에 내려갔을 때 홍 의원만 데리고 내려갈 정도로 그에 대한 신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 졌다. 때문에 홍 의원이 김 대통령을 ‘모시는’ 장관으로 들어간 것은 정치적인 변절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국민회의 김 총재와 가까운 한 의원은 “냉정하게 볼 때 홍 의원은 우리 편에서 중립지대로 넘어가 있다가 이번에 적진으로 다시 투항한 것 아니 겠느냐”고 말했다. 신한국당의 한 재선의원도 “홍 장관의 재능이나 성 격 등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면서도 “이번 내각이 중립내각도 아 닌데 장관직을 수락한 것은 여권 인사가 된 것인데 애매하게 여야 ‘등거 리 외교’를 표방할 게 아니라 차라리 변신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장관 직을 수행하는 게 떳떳하지 않겠느냐”고 한마디 했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1일 제 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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