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건강만세

편도선은 억울하다

아이가 열나는 감기에 걸리면 많은 부모들은 편도선이 부었다고 걱정한다 . 그리고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편도선을 떼어내면 감기에 걸리지 않으리 라 여긴다. 사실 한동안 의사들도 그렇게 생각해 편도선을 몽땅 제거한 적이 있었다. 인류가 좀더 진화하면 편도선은 없어질 것이라고 말한 사람 도 있었다. 그런데 의학이 발달하면서 편도선이 우리 몸에 유익하다는 기 막힌 사실이 밝혀졌다. 오랫동안 성장장애와 감기의 주범으로 냉대받았던 편도선이 누명을 벗게 된 것이다.

편도선이 그런 악명을 얻게 된 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었다. 요즘도 열 이 나면 편도선이 부었다는 말을 많이 하듯이 과거에는 편도선 때문에 감 기에 잘 걸린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자주 아프면 체력이 소모되어 성장도 느려질 것이라 믿었다. 게다가 예전에는 항생제가 신통치 않아 편도선에 세균이 번식하는 바람에 심장이나 신장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특히 디 프테리아균이 편도선에 자리잡으면 수술 외에는 치료가 힘들었다. 그래서 편도선이 조금만 커도 떼어내 지금 어른들 중에는 편도선이 없는 이들이 제법 있다. 하지만 요즘은 항생제가 발달해 편도선을 없애지 않고도 치료 가 가능하고,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디프테리아가 발생하지 않았 기 때문에 편도선에 대한 의학적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물론 편도선 수술을 했더니 아이가 감기에 덜 걸리더라고 주장하실 부모 도 있을 것이다. 실제 편도선을 떼어내고 나면 어쨌든 감기에 덜 걸린다. 하지만 그건 오해일 뿐이다. 편도선 수술은 대개 4∼5세는 되어야 하는데 아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감기에 걸리는 것이 급격하게 줄어든 다. 편도선을 수술하나 수술하지 않으나 감기에 덜 걸리는 것은 마찬가지 라는 말이다. 다만 아이의 편도선을 수술한 부모는 그것이 수술 때문이라 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아이의 편도선은 원래 어른보다 크다. 부모는 아이의 목구멍을 턱 막고 있는 커다란 편도선을 볼 때마다 더 숨이 막히는 듯하다. 게다가 아이의 편도선을 보려고 숟가락으로 입을 벌리면 아이는 욱 소리를 내며 구역질 한다. 그때 편도선이 있는 부위가 모아져 원래 크기보다 훨씬 크게 보인 다. 하지만 편도선이 크다는 아이들 가운데 편도선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두개의 편도선이 서로 닿아서 목구멍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다른 증상이 없으면 별다른 조처가 필요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편도선은 그냥 두면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크기가 줄어든다.

편도선은 아이 몸에 좋은 것이다. 아이의 목구멍에 수문장처럼 떡 버티고 있어서 나쁜 것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구실을 한다. 게다가 편도선의 이웃 동네에 있는 아데노이드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아이 몸을 지켜준다. 편도선은 아이의 저항력이 커지는 5세쯤 되면 그 중요성이 감소되고 서서 히 크기가 줄기 시작한다. 그때쯤 되면 편도선이 커서 생기는 문제는 대 개 해결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면 곤란하다. 편도선 그 자체는 좋지 만 너무 커서 숨쉬는 데나 먹는 데 지장을 주면 수술해야 한다. 하지만 수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도 가능하면 4∼5세까지는 수술하지 않고 버티는 게 요즘 추세다. 물론 편도선에 고름주머니가 생기거나 아데노이 드도 같이 커져 중이염이 자꾸 생기는 경우에는 수술을 해야 한다. 아이 의 편도선이 크다고 생각되면 고민할 필요없이 소아과 의사의 진찰을 받 으면 된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당연히 알려준다. 아무리 커 보여도 소 아과 의사에게서 편도선이 그 정도면 괜찮은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편 도선은 우리 편이다. 편도선도 맹장같이 이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수술 해야 한다.

하정훈/ 소아과 전문의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1일 제 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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