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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끊어도 잔액 쌓인다

(사진/은행 거래를 하지 않는 통장의 잔고를 확인하면 뜻밖의 횡재를 할 수 있다.)

주부 김아무개(38)씨는 최근 은행에 들러 통장을 정리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월급을 받은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통장에 5만원밖에 잔고 가 없다고 찍혀나온 것이다. 그럴 리가 없는데 하며 통장을 살펴본 김씨 는 자신이 갖고 온 통장이 월급통장이 아니라, 평소 쓰지 않는 남편의 통 장이었음을 뒤늦게 알았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잔액이 0원이 던 통장에 5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 찍혀나온 것 아닌가.

김씨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은행직원과 남편의 설명을 들어보니 사 정은 이랬다.

대학동창 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던 남편이 몇달 전 모임 회원들과 공동으 로 땅을 사기로 하고 돈을 온라인으로 송금받았다. 그렇게 해서 모인 돈 이 모두 7천여만원에 이르렀다. 남편은 1달쯤 지난 뒤 돈을 한꺼번에 찾 아 쓰고는 더이상의 통장거래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잔액은 없었지 만, 돈을 입금해 두고 있던 동안 발생한 이자가 뒤늦게 통장에 기재된 것 이다.


서랍 속의 통장 잔고 확인은 필수

작은 돈이든 큰 돈이든 이자를 별로 염두에 두지 않고 잠깐 동안만 거래 하는 통장의 경우, 고객이 거래를 중단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이자가 기 재되는 경우가 있다. 은행들은 저축예금이나 자유저축예금, 보통예금 등 요구불예금의 경우, 고객이 돈을 찾을 때마다 그때그때 이자를 계산해주 지는 않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통상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정해진 날에 한꺼번에 이자를 계 산해준다. 따라서 이미 발생한 이자라도 통장을 재정리하지 않으면 이자 발생 사실을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김씨의 경우는 운이 좋게도 이자 를 찾을 수 있었지만, 대개는 잔액이 남지 않았을 경우 이자는 잊어버리 는 게 일반적이다.

더욱이 오랫동안 거래를 중단하고 난 뒤는 잔고가 있어도 거래중지계좌에 편입된다.

현행 상법상 잔액이 10만원 미만인 계좌는 1∼3년이 경과하게 되면 거래 가 중지되고, 거래중지일로부터 5년 이상 경과하면 잔액을 은행 수입으로 처리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잔액이 10만원 이상인 계좌일지라도 요 구불예금은 최종거래일로부터 입출금 거래없이 5년 이상 경과할 경우 은 행의 수입으로 처리된다.

작은 금액이라고 무시하기 쉽지만 금융기관마다 이렇게 해서 쌓인 돈이 수억원에 달하고 있다. 물론 은행들은 수입으로 처리한 뒤에도 고객이 요 청하면 돈을 지급해주고 있다. 그러나 5년 이상 잊고 있다가 다시 기억해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몇푼 안 되는 돈이기는 하지만 괜히 은행 좋은 일 시키지 않을 방법은 없 을까? 간단하다. 더이상 그 통장으로 거래를 계속하지 않을 것 같으면, 거래를 아예 해지하는 것이다. 그러면 은행은 이자를 바로 계산해서 원금 과 함께 주기 때문이다.

서랍 가득 거래를 중단하고 있는 통장이 쌓여 있다면 한번쯤 은행에 들러 잔고를 확인해보자. 그곳에 알뜰한 기쁨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정남구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1일 제 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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