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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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지사는 여당 경선에서 탈락한 뒤에도 그의 독자출마를 가장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 것에 크게 고무돼 있다.)
이인제 경기 지사는 최근 경선 뒤 폐쇄했던 여의도 사무실을 자리만 바꿔 여의도 안원빌딩 3층에 다시 열었다. 또 지난 8월6일 밤에는 여의도 63빌 딩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경선 때 자신을 지지했던 원내외위원장 15명과 식사를 하며 ‘정치적 진로’를 논의하기도 했다.
당 개혁안 제출의 노림수
이 지사쪽에서는 사무실은 지지자들의 사랑방으로 열었을 뿐이고, 원내외 위원장들과의 만찬은 “오랜만에 얼굴이나 한번 보기 위해 모인 것”이라 고 설명했지만 최근 이 지사의 ‘독자 출마설’과 관련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 지사는 여당 경선에서 탈락한 뒤에도 그의 독자출마를 가정한 각종 여 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당내 경선에서 자신을 이긴 이회창 신 한국당 대표를 오히려 앞지르는 기현상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여론 지지율은 이 지사와 그의 측근들을 크게 고무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 지사 진영에서는 “이번에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독자출마 분 위기가 압도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의 한 측근은 “현재 지지율이 3∼4위권에 머물러 있다면 별다른 고민없이 차차기를 준비할 수 있지만 이미 국민 지지율이 정점에 도달해 있어 이 기회를 놓칠 경우 지지율이 하강할 수 있으므로 이번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얘기들이 이 지사에게 많이 전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민들의 ‘뜨거운’ 지지도가 실제로 체감된다고 주장한다. 지난 8월4일 경주에서의 예기치 못했던 ‘사건’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곧잘 이야기된다. 이 지사가 경주의 한 호텔에 들렀다가 마침 이 호텔에서 열 리고 있던 한 인기여가수의 디너쇼에 소개돼 수백명의 점잖은 손님들로부 터 기립박수로 환영을 받았다는 것이다.
반면 독자출마를 어렵게 하는 요인도 적지 않다. 김운환 김학원 원유철 김영선 의원 등 경선에서 이 지사를 지지한 원내의원들은 독자출마보다는 당내에서 입지를 다진 뒤 차차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반 탈당까지 감행하며 이 지사를 따르긴 어렵다 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독자출마를 선언할 경우 ‘경선 불복’에 대해 제기될 여론의 비난도 이 지사로선 고민거리다. 또 이 대표쪽과 청와대의 움직임도 큰 변수로 작용 할 것으로 보인다. 독자출마를 막기 위해 모처에서 이 지사쪽에 직·간접 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압력설’의 진위 야 어찌됐든 이 지사가 출마할 경우 이 대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 기 때문에 여권이 어떻게 해서든 이 지사의 출마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 을 다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 지사는 조만간 당에 개혁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부총재직을 신설하고, 부총재와 국회의장 등을 경선을 통해 뽑는 한편 당무회의에서 지방의 의 견도 수렴하는 체제를 갖출 것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개 혁안은 이 지사가 독자출마 여부를 결정짓기 위해 준비한 ‘카드’인 것 으로 보인다. 당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당내 경선으로 요직을 차지해 입지를 확고히 하고, 만약 당이 개혁안을 거부할 경우 당의 비민 주성을 탈당 명분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관측되는 것이다.
이 대표 도덕성, 핑계 삼을 수도
또 아들의 병역문제로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있는 이 대표가 도덕과 개혁 성 등에 더 타격을 입을 경우 이를 문제삼아 출마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 로 보인다.
이 지사는 독자출마와 관련해 여전히 “조금 더 두고 보자”며 긍정도 부 정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 후보의 공직 사퇴 시한인 9월 중순까지는 한달 이상의 시간이 있으므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지사의 한 측근은 “이 지사나 지지자들은 독자 출마쪽에 마음이 기울어 있긴 하 지만 의지만으로 출마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명분과 승산을 고려 해야하는 만큼 이 대표의 입지와 당내 상황 등을 봐가며 출마 여부를 결 정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연현 기자/ 한겨레 정치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1일 제 17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