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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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위대 캄보디아 파견 등 일본의 예사롭지 않은 행동은 중국 군사력의 현대화와 전력 증강을 부르고 있다.)
지난 8월8일 인도네시아 공군의 한 고위관계자는 러시아에서 구입한 12대 의 수호이 SU-30 전투기를 내년중 자국으로 들여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호이 조종훈련을 위해 자국 조종사들을 곧 러시아로 보낼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미국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7월29일 한국과 총 3억3천6백만달 러 규모의 무기구매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계약으로 미국 은 한국에 29대의 다연장미사일발사대(MLRS)와 110기의 육군용 공격미사 일 등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구체적인 판매내역을 공개했다.
한국, 세계3위의 무기구입국
위의 뉴스는 최근 국제소식 중 부쩍 늘어난 아시아 각국의 무기구매 소식 중 일부다. 그리고 8월6일 미 군비관리군축국은 이런 ‘잦은 보도’가 결 코 우연이 아니라는 내용의 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날 발표된 군축국 ‘연례보고서’의 뼈대는 “지난 10여년간 아시아의 군비증가율이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냉전이 종식된 뒤 지난 10여년 동안 전세계적으로는 군비 지출 이 줄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5년 세계의 군비지 출은 8천6백45억달러로 걸프전쟁이 일어난 지난 90년의 1조1천억달러를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동아시아지역의 군비지출 은 지난 95년 전년도보다 1백19억달러나 늘어 군비증가율 면에서 세계최 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아시아지역의 군비지출은 총 1천6 백50억달러로 전세계 군비지출액의 19.1%나 차지하게 됐다. 이는 지난 90 년 이후 6년 동안 두배로 늘어난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아시아 중 군비지출이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인도네시아로 증가율이 무려 43.7%에 이르렀다. 그 뒤를 베트남(25.1%), 싱가포르(20.2%), 대만(14.5%), 중국( 11.3%)이 이었다.
이 ‘보고’는 지난 6월26일 발표된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9 6년 세계군사비지출 보고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국제평화연구소 연례보고 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의 국방비 지출은 증가세가 뚜렷한 반면 미국 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은 줄어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 서는 또 아시아가 전세계 재래식 무기수입의 48%를 차지해 최대 무기수입 지역으로 등장했다고 전했다. 이중 한국은 17억2천7백만달러의 무기를 구 입해 중국 대만에 이어 세계 제3위의 무기구입국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
이렇게 아시아지역의 군사력이 확장일로에 있는 것은 그만큼 이 지역 안 보상황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고물리는 아시아 안보상황을 요 약하면 이렇다. 우선 미국과 일본은 지난해 안보조약을 개정하기로 합의 했다. 이 새 안보조약은 중국의 팽창에 대한 견제를 주목적으로 하고 있 다. 이에 따라 “일본군은 ‘일본을 둘러싼 지역’에서 미군을 지원한다 ”는 규정을 새로 마련해놓은 상태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 7월의 캄보디 아 사태 때 자위대기를 파견하는 등 예사롭지 않은 행동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런 미-일 안보조약에 맞서기 위해서는 자국 군사력의 현대화 및 전력 증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00년을 목표 로 인민해방군 3단계 현대화 계획을 실행중이다. 중국의 군사력 강화는 대만에는 곧바로 생존의 위협이 된다. 지난해 총통직선과 관련해 인근 해 역에 중국 미사일 공격을 받은 대만으로선 자력으로 방어할 군사력만이 생명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동남아시아 각국은 중국과 일본의 군비 증강을 모두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중국, 일본, 필리핀 등의 영유권 분쟁으로 군함이 파견되기도 한 남사군도 등은 바로 이들 지역의 불안정성을 잘 보여준다. 국제평화연구소 등은 이런 사태에 직면한 동남 아 국가들이 군사장비 현대화를 희망하는 것을 이 지역 군비증강의 주 요 인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오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남북한이 보태지는 것이다.
“집단안보체제가 없다”
동아시아의 이런 불안정한 안보관계를 요약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그 것은 “유럽의 나토와 같은 집단안보체제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이 지 역에 존재하는 ‘안보기구의 맹아’로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을 주축 으로 하는 아세안지역포럼(ARF)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아시아에 서 자신들의 발언권 약화를 우려하는 미국의 견제로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남북한간 평화체제 수립이 남북한뿐 아니라 아시아의 군 축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란 전망은 바로 이런 ‘아시아적 안보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김보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1일 제 17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