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엽서	1997년08월07일 제 169호

한겨레21 167호를 말한다

만화를 깔보는 세력의 난동

표지이야기 ‘만화, 꿈의 산업이 짓밟힌다’를 읽고 싶은 마음에서 <한겨 레21>을 구입했다. 만화를 배우고 있는 사람으로 지금 이 현실이 슬프고 무서울 뿐이다. 어찌 청소년 폭력의 문제가 만화 탓일 수 있을까. 빈대 한마리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려 하는 당국의 논리를 무엇으로도 이 해할 수 없다. ‘일진회’라는 명칭을 문제 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 이다. 만화를 난도질하는 데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공영방송인 KBS는 일 본 만화를 그대로 베껴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일본 만화의 폐해를 한참 떠들면서 말이다. 이현세씨에 대한 음난혐의 수사도 소가 웃을 일이다. 이제야 뭔가 해보려는 만화에 재를 뿌리고 있는 것이다. 만화에 무지한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난동을 보는 듯 하다.

오기희/ 서울시 중구 광희동2가 174

어른들의 사과를 기대한다

우리 만화는 다시 한번 탄압의 가시밭길로 들어섰다. 만화가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끼 쳤다는 말은 도무지 수긍하기 어렵다. 청소년들의 탈선을 문제삼기 전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산업’을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 다. 공권력에게 철퇴를 맞은 ‘일진회’는 정치권의 이전투구보다 깨끗하 고, 정소년들이 만들었다는 포르노는 주변에 우후죽순 솟아나는 러브호텔 보다 덜 하다고 생각한다. 만화를 문제삼는 것은 어른들의 잘못을 감추려 는 책임회피일 뿐이다. 기성세대가 잘못을 고백하지 않는 위선의 논리를 끝까지 내세운다면 청소년 문제의 해결방도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청소 년의 미래를 진정으로 염려하는 기성세대라면 이런 고백을 해야 한다. “ 우리의 아이들아, 우리가 그 가마솥 교육열기 속에서 너희를 제대로 보살 피지 못해 이 지경까지 너희들이 내몰렸구나. 우리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잘못을 고쳐나가겠으니 너희들도 너희의 자리를 훌륭히 지켜내기 바란다. ”

박승범/ 광주시 북구 중흥1동 745-15

다시 남녘의 사랑을 모으자

특집 ‘주검이 밝히는 압록·두만강’을 읽으며 또 한번 무기력감에 사로 잡힌다. 연이어 전해오는 북녘동포의 고통상에 흐르는 눈물마저 말라버렸 다. 여전히 편협한 분단논리를 벗지 못하는 정부정책, 인도주의마저 제대 로 시행하지 않는 대한적십자사, 어두운 창고에 갇혀 있는 남녘의 정성들 , 오갈곳 없는 북녘의 탈북자 그리고 한맺힌 죽음들.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주 한끼 굶기도 했다. 모금운동·서명운동도 했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하리라. 민족의 고난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정치권력이나 사회단체의 몫을 넘어 선다. 바로 민중의 몫이다. 무기력과 슬픔을 딛고 처음처럼 남녘의 사랑과 의지를 모으자. 온겨레가 활짝 웃어 젖힐 통일의 그날을 위해.

송정의/ 서울시 성북구 정릉3동 927 한전주택 지하107

탈북자 방치는 민족의 죄악

죽음의 공포를 견디며 강을 건넌 북한 주민들마저 강제 송환의 두려움에 시달리는 것은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들은 국경을 넘은 순간 북한의 정치범이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갈곳은 오로지 남쪽뿐이라는 절규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만다. 중국과 남한이 그들을 식량난민으로 규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제송환과 선별수용이라는 넘을 수 없는 장벽 이 존재하는 것이다. 민족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동포 의 죽음을 방치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탈북자를 모두 수용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르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적 합의를 모은 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리라 생각한다.그것은 통일을 위한 한 실험 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탈북자 수용보다 더 중요한 일은 바로 그들이 북 한에서 내일을 기약하며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북한 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이 앞서야 가능한 일이다.

전우식/ 경기도 화성운 태안읍 신리 575

흑색선전의 진상 밝혀야 한다

추적 ‘난장판 경선, 깨지느냐 마느냐’를 읽고 이른바 집권당의 이전투 구식 경선과정을 국민앞에 보여도 되는지 의문스럽다. 충격과 분노가 이 만저만이 아니다. 돈 안 들고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던 경선주자들이 벌 이는 추태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야당은 조용하고 차분하게 대선에 임하는 가운데 국정안정을 꾀해야 할 집권여당이 추한 꼴을 보여 준 것이다. 그것이 ‘세대교체’ ‘지역감정 타파’를 위한 깨끗하고 공 명한 선거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흑색선전 괴문서가 나돌아 마타도어 식 전법이 유행하더니 각 지역합동연설회에서는 혈연·지연·학연·김심 등에 기대기 위해 혈안이 되고 쿠데타의 원조요 독재의 상징인 박정희 예 찬론까지 서슴없이 지껄였다. 말로는 집권당 초유의 공정경선이라지만 각 후보들의 수법은 과거 정치인이 보여왔던 수법을 뺨칠 정도다. 금품살포 설·괴문서 사건 등에 대한 진상이 명백하게 규명되고 진위가 밝혀지면 의법처리해야 할 것이다.

장삼동/ 부산시 사하구 신평2동 신익아파트 104-408

한국적 놀이시설을 개발하라

격동하는 재벌 ‘롯대그룹’편을 보며 세계 최고의 어뮤즈먼트그룹을 꿈 꾸는 그들의 원대한 포부에 놀라움을 느꼈다. 어릴 때부터 삼천리 금수강 산이라는 말을 수없이 들으면서도 막상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면 답답했던 게 사실이다. 롯데그룹의 포부는 관광산업 이 침체를 거듭하는 가운데 의미있는 투자라 하겠다. 하지만 진정으로 한 국을 상징하는 관광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이집트 의 스핑크스를 앞세우거나 중세성곽을 모방하는 방식은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누가 스핑크스를 보기 위해 한국에 오겠는가. 설령 온다해도 한 국을 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적인 놀이시설을 위해서는 외국을 모방하기보다는 창조의 개념을 앞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진정으 로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를 개발하기 바란다.

남상희/ 강원도 강릉시 내곡동 522 관동대학교 법학과 3년

치료 효과 탁월한 쑥뜸

인물탐험 ‘쑥뜸연구가 김진섭씨’의 이야기를 잘 읽었다. 예전부터 인물 탐험은 유용한 정보가 수두룩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사였다. 김진 섭씨는 몸소 체험한 쑥뜸의 효용성을 이야기했다. 나 역시 쑥뜸 치료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널리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다. 병원에서 쑥 뜸 치료를 받으려만 상당한 비용부담이 필요하지만 기구와 쑥을 구입해 몸소 활용하면 저렴하게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쑥은 오래전부터 탁 월한 약효를 발휘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식물이다. 그 약효를 체계화 하기 위해 집까지 팔아가며 쑥뜸기를 개발한 집념이 놀라울 뿐이다. 쑥뜸 기를 대중적으로 판매해 많은 사람들이 효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건강한 신체를 가꾸는 비결이 거기에 있음을 다시 한번 말하고 싶 다.

채규정/ 충남 서천군 서천읍 군사리 729-1

차별에 대항하는 ‘여자귀신’

논단 ‘왜 여자귀신인가’는 우리 민담 또는 구선소설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의 옛이야기에 귀신은 대부분 이승에서 ‘한’을 가진 채 죽은 사람들이다. 여자귀신이 많은 것은 현실에서 여성 들이 남성우월주의에 희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유부남에 게 버림받은 기생, 아들 못낳아 자살한 며느리…. 이런 걸 보면 이야기의 작자는 여성이거나 여성들에게 동정적인 시각을 가진 남성이었을 것이다. 우리 여자귀신이 조잡하고 잔인하다는 견해에도 수긍할 수 없다. 그들은 흡혈귀도 아니고 식인종도 아니다. 단지 자신의 한맺힌 삶을 드러내고 있 을 뿐이다. 여자귀신들은 현실에서의 억압과 차별을 우회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여성들을 비롯한 피억압자들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느끼게 했다는 게 우리 전래 괴기담이 갖는 사회성이라 하겠다.

심재천/ 서울시 강북구 수유2동 수유벽산아파트 14-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