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	1997년08월07일 제 169호

‘배꼽출산’의 고통을 아는가

지표뉴스 ‘배꼽출산이 늘고 있다’를 보며 속이 많이 상했다. 제왕절개 수술을 일방적으로 매도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수술로 아이를 낳은 어머니를 마치 죄인인 양 취급하는 기사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서른두살의 가정주부로서 두 아이를 모두 수술로 출산했다. 첫아이를 낳 을 때 하루 이상 고통을 감내했지만 자궁이상으로 결국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 뒤에도 고통은 여전했다. 진통제를 맞으며 아픔을 견뎌냈다 . 이틀 동안은 소변볼 때 소변기를 이용했다. 자연분만 산모처럼 출산 다 음날부터 미역국을 먹을 수도 없었다. 수술경과를 살피며 죽을 먼저 먹고 난 다음에야 미역국을 먹을 수 있었다. 수술부위가 당겨서 제대로 앉을 수조차 없었다.

산부인과에서 수술 후 고통을 겪는 산모의 신음소리를 들어보았는지 묻고 싶다.

수술로 출산한 산모는 병원에서 나온 뒤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모유를 제대로 먹일 수 없다는 것이다. 진통제 주사와 각종 약물을 복용하며 모유를 먹이는 게 찜찜해서다. 더욱이 몸에 13㎝ 정도의 수술자국을 남겨야 하는 것도 평생 멍에일 수밖에 없다. 누군들 몸에 칼자국을 남기고 싶겠는가. 둘째 아이를 낳을 때도 수술한 부위에 또 칼을 대야 한다. 둘째를 낳은 지 만 2년이 돼가지만 수술 부위의 가려 움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수술 후유증이 이렇듯 오래 남는 것이다.

이렇게 수술 뒤에도 고통을 겪는 산모를 떠올리지 않은 채 “너를 낳느라 고생한 어머니가 줄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모성에 대한 모독이라 할 수 있다. 수술한 산모를 단 한 사람이라도 만나고 기사를 작성했다면 다른 내용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자연분만을 기피하는 산모도 있을 것이고, 병원의 얄팍한 상술 때문에 수술을 받기도 할 것이다. 하지 만 그것이 모든 수술하는 산모의 입장을 대변할 수는 없다.

지표뉴스의 기사보다는 예비산모를 위해 출산에 대한 여러 정보를 제공하 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한다. 이를테면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수술의 장단점 비교, 무통분만을 위한 다양한 체조 등을 소개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기사를 작성했다면 독자들이 적어도 제왕절개수술이 아무 고통이 없다는 오해는 하지 않을 것이다. 제왕절개수술은 결코 누군가에게서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김경순/ 경남 합천군 합천읍 합천리 869-12 황강하이츠 507호

주장/유학은 현실개혁 추구한다

동성동본 금혼의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비롯된 최근의 논쟁을 보면서 대학 에서 유가철학을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조선시대의 유 학이 그 다원성을 상실하여 화석화되었다. 특히 조선 후기에 와서는 사회 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사상이라기보다는 제도와 규범의 틀 노릇을 하며 사회개혁에 역행했던 게 사실이다.

현대인들은 상식 속에서 유학이란 가부장적 인습만을 중시하는 교조적인 색채를 지닌 사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 한 국학(國學)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유가철학이 유림의 전유물인양 오 해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유학은 시민사회의 개방성을 침해하 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서구의 지성사에서 중세의 암흑기로부터 벗어나는 단초가 고대시대의 휴 머니즘과 인간의 재발견을 추구한 르네상스 시대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 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듯 오늘날 시민사회를 뒷받침하는 동양의 정신 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원시유가철학의 인간중심사상과 역동적인 중용 본 래의 사상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물론 오늘날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과정을 빼놓을 수는 없다.

본래의 유학은 삼강오륜을 설파하는 제도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궁극적인 인간애에 뿌리박은 역동성과 개방성 그리고 인간존중의 철학이라 생각한 다. 요즘은 지사적인 선비의 풍모를 지닌 지식인들이 더욱 필요하고 휴머 니즘과 다원주의가 정착되어야 하는 시대이다. 그런만큼 유학의 재해석과 계몽을 위한 지식인들의 역할이 절실한 것이다.

유림이 ‘사이비 선비’들인가 하는 문제는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유학에 있어서 진정한 선비는 단순한 전통의 전도사가 아니라 유가철학이 인정하는 인간에 의한 인간구원, 즉 이상향을 현세에 구현하기 위해서 당 면한 현실의 모순 해결에 최선을 다하는 지식인이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 고 싶다.

김창헌/ 서울시 송파구 마천동 21-1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