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997년08월07일 제 169호

`천국의 신화’를 바라보는 검찰의 시각

검찰은 이미 출간된 <천국의 신화> 2∼4권의 40여 장면을 문제삼고 있다. ‘벌거벗은 남녀들이 집단으로 혼음하고’(3권 138∼139쪽) ‘커다 란 얼룩무늬 구렁이와 여자가 교미하는’(3권 146∼147쪽) 등 지나치게 외설적인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강조돼 있다고 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 서 지적했다. 신화의 줄거리 자체보다 화끈하게 벗은 여자 그림을 그리는 데 작가의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 고기를 뜯어먹 는’(2권 128∼129쪽) 등의 폭력장면도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고 판단한다 .

이현세씨가 “사람이 짐승처럼 마구 교미하고 난폭했던 신화시대의 리얼 리티를 그렸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원시인이라면서 왜 도발적인 현대 서양 여인의 얼굴을 묘사했느냐”고 의혹을 제기한다. 결국 이씨 만 화는 ‘신화를 가장한 포르노’거나 ‘상업적 흥행을 노린 음란물’에 지 나지 않는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은 이씨 수사가 청소년전담검사팀에서 처음 착안됐음을 강조한다. 따 라서 <천국의 신화>가 성인물임을 표방했다 하나 ‘청소년들에게 해 악을 끼칠 소지’가 있다면 당연히 처벌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성인 물 유통을 제도화한 청소년보호법과 상관없이 <천국의 신화>는 음화 제조를 막고 있는 형법 2백44조에 직접 걸린다는 것이다.

검찰은 유명인사인 이씨를 수사선상에 올림으로써 성표현이 갈수록 노골 화하고 있는 만화계 전반에 경종을 울리고 사회를 계몽하겠다는 의도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화계를 중심으로 문화계 전반의 반발이 예상외로 거세자, 강경 형사처벌 방침에서는 크게 후퇴했다. 검찰 자체의 판단을 일단 접어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겠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검찰은 이미 만화계 인사 및 청소년 전문가들에게 <천국의 신화>가 음란물인지를 감정해달라고 요청해둔 상태다. 또 <천국의 신화>를 실제로 본 청소 년이 얼마나 되는지, 그들에게 어느정도의 해악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조사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르면 8월 말께나 형사처벌 여부에 대한 최종결론을 내릴 방침이 다. 그러나 검찰의 공세 예봉이 이미 꺾인 만큼 애초의 형사처벌 방침은 물 건너갔다는 게 검찰 주변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김현대 기자/ 한겨레 사회부 한겨레21